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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BL 등 소설 리뷰

[언정소설리뷰] 구숙, 만복을 빌어요 (스포주의)

by Hare 202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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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월류화 / 구숙, 만복을 빌어요. / 총 7권 / 로맨스 소설

 

여주 정유근, 후부 대낭자, 완벽주의자이며 러브 마이 셀프를 실행하시는 분, 엄마들에게 인기있고 남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자신을 꾸밀 줄 알고, 무엇이든 노력하는 스타일로 다들 단정하고 고귀한 후부 아가씨로 알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재물을 밝히고 권력을 밝히며 편안한 미래를 위해 수단을 내는 인물이다.

 남주 정원경(훗날 이승경), 후부 구숙, 후부 내에서 외실의 자식으로 알려져 무시당한다. 집안과 왕래가 거의 없는 그래서 대낭자와도 안면이 없었다. 진사에 급제하고 관리가 되어 승승장구하지만, 세상사 모두에게 무심하고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당연히 후부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우연히 여주와 인연을 맺으면서 집안일에도 관여하게 되고 점차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줄거리 : 정유근은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젊은 인재 정용후와 정혼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파혼당한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며 구혼해놓고 몇달 지나지 않아 그 생명의 은인이 사실은 동생이었다며 파혼당한 것. 이 시대에 파혼은 여자의 잘못이 있든 없든 엄청나게 흠이 되는 일이라 며느리감 1순위였던 여자에서 한순간에 시집을 못갈 수도 있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유근은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대신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우연한 기회로 구숙을 만나고 구숙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의 숨겨진 정체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정체를 아주 조금만 이용해서 좋은 집으로 시집가려고 고군분투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정작 인연은 구숙에게 있어 결국 구숙과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며 잘 된다는 그런 이야기다.

 

√ 개인적인 리뷰

 

1. 여주는 미모도 가지고 머리도 가진 재녀다. 심지어 자기를 아주 아껴서 다듬고 꾸미는데도 인색하질 않다. 외부에서 보는 그녀는 흠잡을데 없는 후부의 적장녀로 누구나 바라는 며느리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유근은 쌍둥이로 태어나서 자식이 없는 대방의 양녀로 보내진다. 자기가 원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양부모는 그녀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 꺼리고, 친부모는 대방에 충성한다며 눈물바람으로 이간질한다. 이렇다보니 어릴 때 이미 스스로의 처지를 깨닫고 마음을 닫아버렸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주는 일 없이, 세상의 순리대로 자기를 가꾸고 시어머니가 될 사람들에게 잘 보여 정처로 들어가 자식을 낳고 집안 권력을 틀어쥔 뒤 잘 먹고 잘 살아보겠다고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뭐든 다 가진 것 같아도 무엇 하나 자기 것이 없다는 게 참 서글픈 일이다. 심지어 외부에는 자신이 훌륭한 양어머니 아래 잘 자랐다는 걸 보여줘야 하고 집안 권력자인 할머니에게 효도하며 알랑거려야 한다. 가끔씩 친어머니는 넌 내 피붙이라는 걸 잊지 말라며 이간질하고 정작 쌍둥이 동생은 끼고 돌며 아낀다. 누구에게도 자기 속내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와중에 친동생은 자기가 언니보다 못한 게 없는데 왜 언니만 다 가졌냐고 질투하고 짜증내며 언니걸 빼앗으려고까지 한다.

 

2. 남주는 외모도 재능도 출중한데 하필 외실에서 낳은 자식이라 집안에서 대우를 못 받는다. 하지만 사실 출생의 비밀이 있다. 처음엔 여주의 아홉번째 숙부, 구숙으로 등장한다. 여주의 여러 상황을 알게 되고 도와주기도 한다. 내가 왜 이렇게 이 집안 사람을 돕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면서 도와준다. 그렇게 도와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주에 대해 이것저것 알게 된다. 여주가 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고 난 후에 그 콩고물로 자기 남편을 찾으려 한다는 것까지. 이 과정이 좀 웃긴데 (ㅋㅋㅋ) 어쨌든 여주로서는 이 시대에 빨리 좋은 남편 만나서 이 집구석을 뜨는 게 최고 방법이니 당연한 행보였다. 하지만 남주는 여주가 점차 좋아지고 자신의 감정을 깨닫다 보니 자기를 발판 삼으려는 여주가 괘씸하고 방해공작을 놓는다. 여주야 처음엔 숙부였고 나중엔 자기가 언감생심할 수 없는 높은 신분의 남자이니 감히 쳐다볼 생각조차 안한다. 

 

3. 이 소설의 포인트는 여주와 남주가 비슷한 삶을 살았다는 거다. 각자 부모가 있어도 없는 것과 같았고, 외롭게 살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없었다는 것. 그런데 두 사람이 함께 지내다 보니 너무 잘 맞는 거다. 삶을 바라보는 것도 행동이나 취향도. 처음에 아직 숙부와 질녀였을 때 종종 두 사람이 부부 같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런 자연스러운 공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4. 전체적으로 여주가 남주랑 잘 되고 그 후의 일을 해결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와중에 파혼한 전남친과 언니 약혼자 뺏어서 결혼한 동생은 아주 밉상으로 망한다. 사실 이 부분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래서 통쾌하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대한 시선이 담겨있는 것 같다. 관계라는 건 한쪽만 노력해선 안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서로 알려고 해야 하고, 적당히 참을 때는 참고, 그렇지 않을 때는 속내를 토해내 생각을 명확히 말해 오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랄까. 동생 부부는 그걸 못했고, 언니 부부는 그걸 해냈으니 결과도 다른 거다.

 

5. 전반적으로 언정치고는 짧은 편이고 술술 읽힌다. 아쉬운 건 남주가 미리부터 여주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꺼내서 밀당이 좀 부족하다는 거? 사실 개인적으로는 다정하고 모든 걸 다 해주는 남주가 취향이라 나한테는 좋았지만, 로맨스의 그런 격정적인 부분이나 설렘이 좀 부족하긴 하다. 애초부터 여주가 좀 목석같다고 표현되는데 그게 어느 정도 맞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주도 나중에 얘가 정말 날 좋아하긴 하나-생각하는 부분이 나오니까. 이런 건 서녀명란전이 참 잘 표현했었는데 여기선 좀 아쉽다.

 

6.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짜임새 있고 잘 쓰인 소설 같다. 읽기 편하고 큰 갈등이 없어서 마음은 놓고 볼 수 있는? 사가 황후 볼 때의 그런 기분이랄까. 사건 사고는 있지만 금방 지나가고 크게 고구마 없는 걸 원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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