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지유가오카를 산책하다.
지유가오카(自由が丘)는 도큐토요코센(東急東横線)을 타고 가야 하는데 내가 살던 곳에 다니던 히비야센(日比谷線)을 지나는
직통은 한번에 지유가오카까지 갈 수 있었다. (1시간에 한번, 매 24분 출발)
때문에 오전에만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이나 쉬는 날 심심하면 항상 편도 340엔의 거금을 들여 지유가오카에 다녀오곤 했었다.
그리고 지유가오카의 스윗 포레스트 지하에 있는 수퍼가 꽤 마음에 들어서 장을 봐서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역에서 멍하니 앉은 채 직통열차를 기다렸었던 기억이 있다. 갈때마다 찍었던 사진을 정리해봤는데, 역시나 많지가 않다.
지유가오카는 사진 찍을 스팟이 정말 많지만, 디카가 가벼우면 뭐하나, 찍지를 않는 걸...;
잘 안다니던 길로 걸어가보니 뽀빠이 카메라가 보였다. 어느분의 댓글로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나 클래식 카메라를 파는 곳이라고 한다.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으나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르고, 손님들도 없고 해서 용기를 내질 못했다. 일본은 꽤 자유롭게 손님들을 내버려두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장사하는 곳이니까 살 손님이 오기를 바라지 않을까?
곳곳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와타시노헤야(私の部屋). 가보면 이렇게 꾸미고 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물품들이 엄청나게 많다. 일본에 가기 전에는 독신생활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바로 그때 만난 환율 폭탄이 나를 좀 슬프게 했다. 네번 떨어지지 않고 바로 비자가 나왔다면 좀 더 괜찮은 생활과 여행을 할 수 있었을텐데. 어쨌거나, 여기처럼 꾸미고 사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와타시노헤야의 상품들은 제법 가격이 있었다. 세일을 하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름의 세일은 비를 동반하고 있어서 외출하고 싶은 기분을 내주질 않는다.
내 일본 생활의 길라잡이였던 지인이 소개해 준 가게인데, 소품이나 문구, 기타 등등. 없는 거 없이 다 있는 가게다. 게다가 물건의 회전율도 좋아서 갈때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나곤 했었다. 나중에 작은 양산을 사서 선물로 돌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귀국전에 지유가오카에 가질 않았다. 어째서?! 이제와 후회하면 뭐하나.
문어(タコ) 열쇠고리가 무지 귀엽다. 진짜 문어는 무섭게 생겼지만, 문어는 모형으로 만들어놓으면 무지하게 귀여워지는 것 같다. 색상이 화려해서 장식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물건들이 많았다. 가격이 비교적 다른데에 비해서야 저렴하다지만, 썩 손이 가는 그런 가격은 아닌 거 같다. 그리고 뭐든 만들면 연결 연결로 만들어지는 일본의 상품들. 저 캐릭터 하나로 수첩, 볼펜, 지우개, 샤프, 포스트잇까지 문구류를 싹 다 갖춰놓았다. 마음이 동할 정도로 잘 만드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일본도 거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기자기보다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귀여운 것에 완전히 홀릭해서 미치지는 않지만, 이 아이는 좀 고민을 했던 물품이다. 스탬프인데 내가 선생님이나 아님 다이어리를 꾸미기 좋아했다면 아마 샀을 것이다. 그런 걸 하지도 않으면서 장식할 생각도 별로 없었는데도 살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그때 당시 포스트를 보면 귀국할 때도 있으면 사자는 거였지만, 말했다시피 귀국할 때 지유가오카를 안갔다. 당시 생각을 해보니 난 라라포트에 완전 꽂혀서 미친듯이 치바를 왕복했었다. ㅋㅋ
이웃인 H양이 나에게 선물했던 고양이가 생각난다. 저 고양이는 스카치테이프 통인데 진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좋아할만한 물건이지 싶다. 실을 마는 것부터 다양한 고양이의 활용! 그러고보니 지유가오카에 고양이 캐릭터 숍도 있었다.
이 가게에서는 이렇게 책들도 더러 있었다. 그릇이 가득한 저 책은 홀로 살며 인테리어에 신경쓰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거 같았다. 펼치는 순간, 신세계다.
지유가오카의 많은 가게들 중에 내 눈을 끌었던 곳이다. 진짜 규모는 너무 작아서 몇 사람만 들어가도 찰것 같은 그런 느낌인데 내부에 들어가면 나 같이 무심한(!) 사람도 나올 수 가 없다. (Quatre Saisons 홈페이지로 점프!) 사진 상에 왼쪽 파란 리본으로 장식한 상자가 보일텐데, 욕실 셋트이다. 집들이 선물로 제격이겠던데....
애기 옷이 유독 눈에 띄였던 가게로 저 옷에 걸맞는 조카가 있었다면 샀을지도 모르겠다. 애들은 왜 이렇게 쑥쑥 빨리 자라는지 조카들이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뛰어가고 있다. 키도 얼마나 큰지 조만간 날 따라잡을지도! 어쨌거나 저런 귀여운 옷을 선물 할 조카들이 필요하거나, 아님 내 애기가 필요하거나? ㅋㅋ
이전에 일본에서 사온 물건들을 쫙 늘어놓고 보니 머플러가 유독 많았다. 그만큼 곳곳에 머플러를 파는 가게, 혹은 가게에서 머플러를 판다든지 하는 곳들이 많다. 가격은 보통 2~3,000엔대가 많지만 세일을 하면 900엔 정도에 파는 경우도 많다. 굉장히 마음에 드는 머플러를 이케부크로 선샤인 시티에서 샀었는데 525엔이었다. 완전 럭키! 그건 한국서도 열심히 하고 다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라우라 애쉴리. 이번에 보니 그릇 매장 말고 옆으로 하나가 더 생겼더라. 여긴 세일을 해도 정말 그대로 이월상품티가 너무 나서 정작 좋아하는 건 정상가격으로 사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시나 꾸미고 그런건 취미에 안 맞지만, 엄마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가보면 손님들도 젊은층 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다. 대략 단독주택에 어울릴만한 소재의 그릇, 침구, 커튼 등등이 있다.
그립다, 지유가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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