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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고

드라마 『 이웃집 웬수 』의 결혼 계약서

by Hare 201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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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즐겨보는 탓에 드라마 『 이웃집 웬수 』를 함께 보고 있다. 별로 이런 류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보게 되는 듯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 커플 중 하영과 기훈 커플이 있는데, 하영의 엄마가
   기훈과의 나이 차이나 부모님이 없이 자랐다는 이유로 결혼에 반대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기훈의 사람됨을 인정하고
   엄마가 허락을 해 이제 두 사람의 결혼식만 남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하영이 결혼은 기훈에게 달렸다면서
   결혼 계약서를 그에게 내미는 게 아닌가?





   하영은 굉장히 밝고 명랑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스타일이다. 마음에 드는 상대인 기훈에게 제멋대로 먼저 대시를 해놓고는 상대가 
   결혼을 언급하자 '결혼은 싫다'라고 말하는 전형적인 20대랄까. 그래서인지 그녀가 기훈에게 결혼 계약서를 내미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최근엔 결혼을 하고도 1년 정도 혼인신고 없이 사는 것이 정석이라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고, 그게 그 결혼 계약서
   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서의 내용은 이렇다. 결혼 후 1년씩 살아보며 계약서는 1년에 한번씩 갱신된다. 1년, 1년이 흘러 3년이 채워지고 그때까지도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종신계약으로 전환, 혼인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도 그 이후로 미뤄
   지는 것이다.





   하지만 30대인 기훈의 생각은 다르다. 사람이 좋고 예의바르며 가정에 절대 충성을 바칠 것 같은 캐릭터라 더더욱 결혼 계약서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나를 믿지 못하겠냐'는 그런 대사들이 그렇다. 결혼은 믿음이고 신뢰이며 그런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들을 늘어 놓는다. 하지만 결국 그는 조율을 통해 결혼 계약서를 받아들이고 만다. 그 이면에는 그의 백번
   이라도 양보한다는 정신이 깃들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주변에도 은근히 이혼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한몫한다.


   이웃집 웬수는 '이혼하면 부부는 웬수다'라는 말이 적합한 부부가 나온다. 바로 윤지영(유호정 분)과 김성재(손현주 분)가 바로 
   그 부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몇년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을 했고 지영의 동생인 하영은 그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보인다.
   극중 하영은 절대 이혼할 것 같지 않았던 언니도 이혼했고, 잘 살 것 같았던 친구도 1년만에 이혼을 했다라는 발언을 함으로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혼이 존재하는지를 알려준다.


   비록 그 자리에서는 버럭거리며 이럴거면 결혼을 엎어버리자며 나온 기훈 역시 둘러보면 성재 뿐 아니라 자신의 사장도 이혼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나 사장은 사람이 좋아보여 이혼 같은 것은 하지 않을 타입 같은데도 이혼을 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을
   다소 바꾸는 계기가 되는 듯 하다. '나만은 절대 아니다'라는 것이 확정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셈이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가며 저 둘은 결국 결혼 계약서에 서명한다. 1년 단위의 갱신, 3년이 되어서도 잘 살고 있다면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를 갖는다는 등등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우리 정서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절대 아니다'라는 확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혼이라는 것이 당사자 둘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고 생각하기에 결혼 이후는 굉장히 많은 문제를 안게 되는 게 아닐까.

   
   처음엔 나도 기훈처럼 어쩜 저럴까, 철이 없다, 이기적이다, 말도 안된다-라는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만 조금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럴싸했다. 나와 그 사람의 문제만이라면 어떻게든 해결을 해 가겠지만, 나와 내 가족,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의 문제가 된다면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지영과 성재의 이혼도 표면적으로는 아들의 죽음이 원인이라지만 쌓여온 많은 문제들이 터진 것이다. 거기엔 성재와 지영의 문제
   뿐 아니라 시댁과의 갈등도 분명 이유가 되었으니까. 최근 결혼을 하지 않는 골드 미스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결혼을
   하는 평균 나이 역시 점점 더 높아지고만 있다. 그리고 이혼율은 조만간 50%를 돌파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나만해도 결혼을 꼭 해야할까, 결혼을 하면 이런이런 일을 해야하는데 잘 해낼 수 있을까, 너무 힘들지 않을까, 라는 여러가지 생각
   을 하니까. 육아나 가사, 시댁과 친정, 서로의 성격... 너무나 많은 골치아픈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계약서라는 그 말이 주는 딱딱함만 아니라면 드라마에서의 표현처럼 서로에게 더 열심히 하고 계약 갱신을 위해 이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그런 것들이 가능할 듯 하다. 그리고 정말 살다보면 아니라고 생각될 때, 복잡한 문제들이 많이 사라지게 된다. 너무나 
   일방적인 계약서만 아니라면 결혼 계약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도 좋지 않을까? 헐리우드 스타들의 그런 계약서가 아니라
   서로서로에 대한 이해, 집안과 집안에 대한 이해를 위한 계약서는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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