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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레의 잡담

[추천 영화] 와일드 로봇 (Wild Robo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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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귀국하던 기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와일드 로봇이다. 드림웍스에서 30주년 기념으로 낸 영화인데 원작은 피터 브라운의 동명 소설이다. 총 3부작인데 그 중 1부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대충 보다가 잠들면 자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눈물을 펑펑 흘리며 끝까지 보게 되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또 많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 영화였다.

 

덕분에 귀국하자마자 OTT 뒤져서 다시 보고 원작도 도서관에 대출 신청을 해두었다. 정말이지 인상깊은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배송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진 로봇 로즘 유닛 7134. 야생 동물의 우연한 터치로 작동을 시작한 이 로봇은 프로그래밍 된 대로 임무를 찾아 돌아다닌다. 

 

 

 

 

자신의 홍보를 야무지게 하고 있는 7134, 이후 로즈로 불린다.

 

 

 

하지만 사람은 없고 야생 동물만 가득한 섬이라 끝내 임무를 줄 상대를 찾지 못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족을 잃은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을 키우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로즈는 로봇의 생각 그대로 처음에는 막무가내로 아기 기러기를 키운다. 먹고, 수영하고, 날게 하라는 조언에 따라 일단 물에 냅다 던지고, 아무거나 입에 쑤셔넣고, 높은데로 던져버리고 ㅋㅋㅋ 마치 초보 부모가 그러하듯 잘 모르기에 흔히 나오는 실수였다. 그러다 조금 음흉한 마음을 먹은 여우 핑크가 합류하고 묘한 육아가 시작된다.

 

 

 

 

집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열심히 만들어주는 로즈.

 

 

 

이 육아가 은근히 재미있으면서도 부모님들을 생각나게 한다.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어설프다. 그렇지만 그 마음만큼은 얼마나 위대한가.

 

로즈는 로봇이기에 감정을 모르고 마음이나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프로그래밍을 조금씩 무시하며 그 감정을 배워나간다. 로봇이 얼마나 인간과 비슷해질 수 있는가는 여러 작품에서 나오는 화두지만, 이 영화에서의 접근은 정말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부분이 있다.

 

 

 

 

진짜로 브라이트빌을 나게 해주는 로즈.

 

 

 

도중 브라이트빌 부모나 형제의 죽음의 이유 때문에 갈등도 있지만, 결국에는 훌륭하게 아기를 청소년으로 성장시켜 겨울전의 이동에 합류시키는 부분은 이 영화의 첫번째 하이라이트였다. 자식이 성장해 어디론가 떠나는 걸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을 로즈는 이때 처음으로 자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핑 도는 첫번째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사진 속에서도 보이는 로즈는 정말 너덜너덜해졌다. 처음의 삐까번쩍한 모습과 비교하면 온통 상처투성이. 심지어 다리는 비버가 나무로 새로 만들어줬다. 피와 비슷한 유액도 흘리며 얼마나 노력했는지 시각으로 표현해줬다고 생각한다.

 

 

 

 

 

 

브라이트빌이 떠나고 임무를 완수한 로즈는 다시 반송 시그널을 보내려고 하는데 결국 그러지 못한다. 기러기는 봄이 되면 돌아올 테고 그때 자신이 없으면 브라이트빌이 쓸쓸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 즈음의 로즈는 더이상 보통의 로봇으로 보기 힘든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겨울의 섬에 남은 로즈는 동물 친구들이 혹독한 겨울을 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여기는 또 '우정'을 배우는 부분이랄까. 로봇은 추위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여겨지지만, 방전이나 고장은 있을 수 있다. 그 방전이나 고장이 또 하나의 감정과 같아보여 마음이 찡했다. 친구들을 모두 구해 집에 데려다 놓은 뒤 방전되어버린 로즈를 보면서 나는 또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이후에는 로즈를 실험하려는 로봇의 출현과 섬 동물들의 위기가 펼쳐지는데 그 와중에 성장한 브라이트빌이 돌아온다. 재회하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로즈는 자신이 이곳에 있는 한 본래 자신을 만들었던 이들이 계속 쫓아올 거라는 걸 깨닫는다. 그렇기에 '사랑'과 '우정'의 소중함을 위해 그녀는 기꺼이 자신을 숨기는 '희생'을 택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마지막에 브라이트빌이 찾아왔을 때 그녀는 자신을 7134가 아닌 그저 '로즈'로 불러달라고 하며 여전히 그 '로즈'임을 증명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참 많다. 로봇이 감정을 가지는 것 외에도 부모가 자식을 위해 얼마나 희생하는 지, 또 자식은 그런 부모의 희생을 밟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우정이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지 등등. 

그런 내용을 참 아름답고 의미심장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많았다.

 

 

 

 

 

 

또 이 영화의 아름다운 작화도 멋진데 때때로 수채화나 사진처럼 실사인 것 같으면서도 더없이 아름다운 부분들이 많다.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운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이 영화는 누구나 봐도 좋을 거 같다. 가족끼리도 연인끼리도 친구끼리도 누구라도 여러가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 뒤에 남은 은은한 여운은 정말 훌륭해서 강력히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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