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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BL 등 소설 리뷰

[언정소설리뷰] 가환고 (스포주의)

by Hare 202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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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가 있습니다. 싫은 분들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   가환고 / 묵서백 / 로맨스 소설

 

√ 여주, 류옥여 : 양주 상인집안의 여식, 본처보다 첩을 더 아끼는 아버지 밑에 사느라 눈치만 늘어난 여인. 어릴 때부터 시집갈 상대를 정해두고 그에 맞춰 자신을 가꿨으나 뜻하지 않은 꿈을 꾼 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집으로 시집가게 된다.

√ 남주, 고구사 : 양주 상인집안의 아들, 이리저리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철부지 공자.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친가와 정치적 입지가 있는 외가를 두어 안하무인이다. 하지만 위기를 겪으며 천천히 성장하게 된다.

 

 

줄거리 (리디펌)

 

바꾸고 싶고, 쟁취하고 싶고, 손에 넣고 싶으면 당신 자신이 나서야만 해요. 고구사, 그 길에 저도 함께할 건데 뭘 두려워하는 거예요?

엽가 대공자 엽세안과의 혼인을 꿈꾸고 있는 류옥여.
장장 8년 동안 엽세안만을 바라보며 그에게 시집가려 준비하던 어느 날,
그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고가의 철부지 공자 고구사가 나오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고가는 화를 당하고, 아수라장 속에서 고구사는 류옥여를 부르며 도와달라 한다.
이것은 한낱 꿈인가, 아니면 예지몽인가?

꿈속에서의 일이 천천히 현실로 변해가던 와중,
류옥여는 철없는 고구사 때문에 그에게 꼼짝없이 시집가고 마는데…….

격변하는 시대 속, 그들 앞에 놓인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두려움이 둘을 덮쳐올지라도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앞으로 끝없이 나아간다.

 

 

 개인적인 리뷰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은 남녀의 로맨스도 있지만, 혼란한 시대를 살아나가는 이야기가 더 크다. 작게는 집안일, 크게는 나랏일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올바른 선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괜찮았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말하자면...

 

류옥여는 상인 집안 정처의 딸이다. 하지만 힘없는 정실은 총애를 빼앗아간 첩에게 뒤쳐져 뒷방에 갇히다시피 한다. 당연히 그 딸인 류옥여도 집안에서 어떤 발언권을 얻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철이 든 류옥여는 그래서 자신의 친구인 엽운의 오라비를 일찌감치 지아비감으로 점찍고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엽가에서도 옥여를 나쁘지 않게 생각해 사실 혼약은 다 된 일이나 마찬가지.그런 와중에 류옥여는 꿈을 꾸는데 일면식도 없이 소문만 무성한 고구사가 나온다. 화를 당한 고가, 고구사가 다가와 옥여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꿈인데 별일 아니겠지 생각했으나 어이없게도 꿈처럼 옥여는 고구사에게 시집가게 된다.오해 속에 맺은 혼인이라 둘 다 서로 냉정하고 와중에 고구사는 이 시대의 흔치않은 로맨티스트라 사랑하지 않는 여인과는 살기 싫어한다. 명예를 중시여기는 류옥여는 그런 고구사의 행동에 절망하고 화를 낸다.초반에는 남녀 주인공의 싸움이 후에는 조금씩 정이 드는 모습이 포인트다. 거침없이 살아왔던 고구사는 도리를 따지는 부인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일이 터지고 고생을 겪으며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다르지만, 두 사람이 추구하는 바는 일치했던 것.

 

이야기가 중반으로 가면서는 대혼란의 시기가 찾아온다. 평화는 사라지고 황권이 바뀌고 곳곳에서 머리를 든 제후들이 위협한다. 이야기의 큰 흐름 중 하나가 고구사의 외숙부인 강하와 빌런인 낙자상의 이야기인데, 이 부분은 소설속에서 확인하시길.

 

생사의 고비를 넘기는 와중에 고구사가 먼저 류옥여를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하고 향후에 부부는 더없이 다정한 사이가 된다. 물론 그런 로맨스도 잠시, 위기가 다가오고 수없는 고생이 이어진다. 

 

사실 둘 다 그냥 눈감고 모른 척 해도 될 일을 지나치지 못해서 그렇다. 모든 이들이 상황에 맞게 변해가도 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타협하지도 않고 선을 넘지도 않는다. 아마 그래서 두 사람이 천생연분일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좋았던 점을 꼽자면, 둘 다 끝까지 옳은 길을 가려는 것과 서로를 지지한다는 거다. 과거가 배경인 소설에서 여자는 어떤 일을 할 때 많은 걸 따지게 된다. 심지어 그 여자 스스로 그런 것을 고민한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류옥여가 그런 걸 고민하면 고구사는 누구에게도 신경쓸 필요없이 하면 된다고 류옥여를 지지한다. 류옥여 역시도 마찬가지. 남편이 사지로 가는 걸 알고, 자신이 말리면 들어줄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그의 신념을 지지해준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살아올 수 있도록 여러 방편을 마련하고 노력한다. 

 

이런 상황이 여러번 반복되는데 어떤 사람은 그걸 보고 답답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게 너무 좋았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필요한 건 다정함이나 배려도 있지만, 믿음과 지지도 중요하니까. 류옥여도 고구사도 서로에게 그걸 해주기 때문에 결국엔 둘 다 높은 위치에서 여전히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 언정소설을 엄청 많이 봤지만, 기억에 남는 건 고작 몇편인데 가환고는 아마 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나중에 또 천천히 재탕을 해볼 생각도 드는 작품이라 오랜만에 즐겁게 리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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