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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레의 잡담

[리뷰]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by Hare 201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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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책 -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저자
윤단우

출판사
모요사

대한민국 30대 미혼여성 50여 명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결혼파업백서! 싱글여성 윤단우, 싱글파더 위선호의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30세부터 39세까지 30대 미혼여성 50여 명을 1대1 면담 형식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하여 담아냈다.







내 이야기?

운 좋게도 다음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서점에서 만났더라도 '어라, 이거 내 이야기인가-?'하고 관심있게 봤을지도 모를 표지와 제목이 아닐 수 없었다.



30대의 시작에서,

나 역시 거의 9년에 가까운 직장생활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두고 잠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와 다시 공무원 수험을 준비중이다. 하필 나이가 딱 서른에 워킹을 시작했고, 덕택에 다시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이 와중에 이미 20대부터 꾸준히 들어왔던 "너 결혼 안하니?"라는 압박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나마 엄마는 내 사정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따가움 그 자체다.

"선 자리라도 하나 봐줄까?"
"주변에 좋은 사람이 하나 있는데 말야..."
"애인은 있고?"

종류도 다양한 질문들의 최종 목표는 딱 하나, 결혼이라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명절이라도 되면 더 그렇고 개인적인 입장에서 결혼이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나로선 참 힘든 시간인 것이다. 한국의 모든 여자들이 서른을 넘겨 결혼하지 않으면 겪게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여자에게 결혼은 많은 것을 결심하게 한다.

아마도 경제적인 여건이 풍족했다면 나는 벌써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환경을 감안하더라도, 20대 초반에 입사해 쭉 회사를 다녔었다. 좋아하는 여행 뿐이고 덕택에 가장 많은 지출 역시 여행때문에 이루어진다. 그 외엔 모두 저금을 해두었고 펀드러쉬로 약간의 손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적당한 직딩의 저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20대 초반일 때 필요했던 결혼자금이 지금은 뻥튀기가 되어서 결코 그 돈으로 결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때는 가능했던 전세집이 지금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금액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망설인다.
작년 기준 여성의 평균 결혼자금은 5천 6백만원, 남자는 1억 3천이라고 하니 굉장하지 않은가?


경제적인 걸 제외하더라도 결혼 이후 여자들은 아직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처녀시절엔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고 내 돈을 내가 쓰니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경제적인 문제, 사회적인 위치, 출산, 이후의 경력, 시댁과의 새로운 관계형성등 많은 문제점이 생겨난다. 그리고 요새의 추세는 여자도 맞벌이를 해야한다는 것이 사실이고. 한국 사회는 여자들에게, 아니 조금 자세히 말해서 결혼한 여자들에게 해주는 것은 없이 많은 것을 원하기만 하는 구조다. 내 주변의 30대를 넘긴 지인들은 하나같이 결혼하고 싶지 않은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우린 둘 다 돈을 버는데 내 집안일은 당연한거고, 남편은 도와주는 것이 생색이니..."
"시어머니는 나도 일하는데 넌 여자가 하는 일이 뭐 있다고 집안이 이꼴이냐셔..."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책장을 넘기며 쳐댄 손뼉에 손이 아프다.

이 책이라고 딱히 어떤 결론을 내려준다거나 명확한 해결점을 제시할 수 는 없다. 하지만 생생한 실제 그녀들의 인터뷰를 통해 내 가려운 부분을 너무 잘 긁어주고 있었다. 맞아, 맞아라며 쳐댄 맞장구에 손이 아플 지경으로 모두 고민하는 것은 비슷하구나-하고 생각했다. 누구는 여자들의 콧대가 높아져 결혼을 못하는 거다-라고 단순히 책망하기도 하지만, 여자들이 직면한 진짜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것이 고마웠다.

또한 여자들만의 시각이 아닌 남자들의 힘겨운 문제도 잘 짚어주고 있다. 사람은 이기적일 수 밖에 없지만 역지사지라고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해야 문제도 풀리는 법이니까. 남자들의 고민, 여자들의 고민 모두 사회가 만들어 낸 문제겠지만, 여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만큼, 남자들에게도 그만큼 많은 당연한 책임을 지우고 있는 게 아닌가도 생각했다.

연일 언론이 내뱉는 저출산, 콧대 높은 여자들의 기사보다는 왜 그녀들이 결혼할 수 없는지, 그런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시선의 변화에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엄마에게, 또 친구들에게 책을 권했다. 아무래도 딸자식 걱정이 잔뜩인 엄마에게 말로 설득하는 것 보다는 책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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