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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고

뮤지컬 모짜르트, 은짜르트 후기

by Hare 2010.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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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촤 → 은촤 → 건촤 → 다시 돌아온 은촤, 간증합니다, 난 은촤를 본진으로 삼습니다.』 

우선 뮤지컬『모짜르트』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이 극은 모짜르트의 인생을 보여주는 극이다. 그런데 어린시절부터 죽는 날까지의 다큐같은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자연인이고 싶었던 [볼프강]을 중심으로 그의 천재성과 주변환경이 그를 짓누르는 것이 극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볼프강] vs [그 외의 모든 인물] 같은 구도랄까.

근데 [그 외의 모든 인물]이 문제다. 특히나 [아마데]는 이 극에서 매우 중요한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아마데]들이 너무 어려서 아쉬운 면이 많이 남았다. 귀여운 몸집과 몸짓은 사람들의 탄성은 자아낼지언정,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하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머리에 물음표를 하나씩 걸고 "왜 작은 아이가 끊임없이 [볼프강] 곁을 따라다니는 걸까, 근데 좀 귀엽네?" 라고 생각하는 거다. 실제로 내 친구들도 그랬다. [아마데]가 자연인 볼프강을 압박하며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그의 천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아무런 지식없이 이 극을 접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연우 아마데는 너무나 귀엽지만, 가까이서 보지 않는 이상 왠 아이가 무대에서 꼬물거리는 모습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연출은 알까. 함께 공연을 봤던 친구는 1막에서 [아마데]가 [볼프강]의 팔을 찔러 피를 얻는 부분이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마치 아이랑 어른이 노는 모습 같아 보였다고도. 그러니 최후에 심장을 찌르는 [아마데]를 이해하기는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아마데] 뿐 아니라 사실 이 극에서 제대로 캐릭터에 몰입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는 상황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버지는 가족을 부르짖고, 누나는 동생을 감싸기만 하며, 대주교는 끊임없이 집착에 방해를 일삼고, 후원자라는 발트슈테텐 남작부인마저 그를 몰아세우기에 바쁘다. 애초부터 난 나쁜 캐릭터를 표방하는 베버가족 정도가 정상으로 보일 지경이다. 그렇게치면 콘스탄체의 변신은 무죄다.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은 물론 분투하고 있고 각기 자신의 상황을 노래하고 연기하며 알려준다. 각자 떼놓고보면 또 말이 된다. 하지만 가사가 서로서로 얽히면 그 개연성이 부족해 고개를 갸우뚱 해야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많다. 어느 분이 원작 가사를 해석하고 설명해 준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차이가 제법있다. 미세하다고 넘기기에는 그것으로 인해 바뀌는 것도 너무나 많고. 특히나 커튼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마지막 장면은 또 어떻게 할까.

연출에 대한 아쉬움을 성토하려고하면 끝이 없고, 어쨌거나 난 네번을 보고 나서야 이 극이 어떤거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냥 극만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아서 자료까지 찾아보고 모짜르트의 일생까지 뒤져보고 나서야 겨우겨우 말이다. 후기들 중에 이 공연 넘버는 너무 좋은데 도대체 흐름은 알 수 없더라-는 말이 많은 걸 보면 연출이 반성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거지만, 이 극이 이 정도까지 오는데 성공한 이유는 스타 마케팅과 배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극 자체에 빠져 허우적거렸던거라면, 모짜르트는 배우로 인해 선택하고 배우로 인해 이만큼 달려온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향후 재연을 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기획사가 생각이 있다면 번안 좀 더 신경쓰고 배우도 잘 캐스팅해주기를 빌어본다. 그래도 이 기획사 괜찮은 배우들 물어가는 능력은 있는 것 같던데. 

어쨌거나,

내가 얼마전부터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내가 모짜르트에서 건진 황금별은 은짜르트-라는 거.

딱 한번 보고 결정이 어려워 오늘 공연을 보기로 결정했던 거였는데, 결국 난 은짜르트에게 대항복하고 본진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최대한 피하다가 한대 맞은 그런 기분으로 내준거다. 오늘 공연이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 한 배우가 무대에서 같은 공연으로 성장을 보여준다는 것, 그것도 어떤 건지 확 보일 정도의 변화라면 놀랍고 또 반할 수 밖에 없겠지. 열흘을 쉬고도 이런 공연이 되는 배우가 좀 더 잦은 횟수로 섰다면 과연 그는 지금 어디까지 달려갔을까? 그걸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 너무 아쉽고 서글프다.

오늘 내가 본 은짜르트는 진짜 모짜르트가 되어가고 있었다. 노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울먹거림과 혼돈, 다양한 감정들의 표출이 너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물론 아직 어색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고, 그 어떤 배우라도 극에서 100%의 만족을 줄 순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떨림을 선사하고 성장을 보여주고 나를 감동시킨 케이스는 많지 않으니, 그걸로 내 티켓값은 이미 아깝지 않은 것 같다.

19일, 은짜르트의 서울 막공이다. 가고 싶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으니 여기서 마음으로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을 보내야지. 딱 하나 불만을 말해도 될까, 이엠케이야. 오늘 완전 울부짖던 빙의 은짜르트를 우린 또 언제 보게 되는 걸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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