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에서 최근 좋은 영화를 많이 해주네요.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의 조합이기에 관심을 갖고 봤습니다. 역시나 두 배우의
관록이 잔뜩 들어간 영화는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카터(모건 프리먼 役)는 평범한 자동차 정비사고, 에드워드(잭 니콜슨 役)은 고급 커피인 코피 루왁을 좋아하는 대기업의 회장입니
다. 두 사람 다 자기 자리에서 평범하게 제 할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아주 큰 병을 얻게 됩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으니 스포와 함께
즐기실 분들은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카터가 먼저 병으로 입원해 있는 선배입니다. 독방을 쓰게 되리라 믿었던 에드워드는 비서를 시켜 먼저 방을 정돈하게 하죠.
이 아저씨 어디서 봤나 했더니 윌&그레이스에서 윌의 친구로 나오는 분이시네요. 그때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
어쨌거나 권력이 있는 에드워드는 이 병원의 소유주이기도 하답니다. 그가 내세웠던 병원은 스파센터가 아니다-라는 룰아래
병실은 반드시 2인 1실이어야 한답니다. 그 말에 자기가 걸려들었군요. 무튼 저는 그 에드워드가 가지고 온 개인 물건중에 있는
사이폰이 탐납니다. 저거 코피 루왁을 내려먹는 것일테니 가격이 어마어마하겠지요?
네 번의 이혼에 다소 자기중심적이고 까칠한 가진건 돈밖에 없는 에드워드와 정비사로 일하며 45년간 한 가정에 아내와 아이들
에게 충성한 성실한 가장 카터는 너무나도 다른 성격입니다.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절대 말도 섞지 않을 사이인 두 사람이지만
상황이 그들을 엮어주고, 친하게 만들어 줍니다.
카터의 손자가 선물해준 자동차 모양의 키홀더에요. 카터가 좋아하는 셔비 350 모델이라고 하네요.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시한부 인생이 선고됩니다. 보통은 6개월 운이 좋으면 1년이라는 판정이 내려지죠. 그 판정 이후로
카터는 밤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합니다. 예전 대학시절의 철학교수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라는 숙제를 냈었다고
하는데요, 그걸 토대로 카터도 한번 작성을 해봅니다만 시덥지 않다고 느끼는지 구겨서 버립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에드워드가 그걸 찾아내 정말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합니다. 심심한 카터의 내용에 여러가지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버킷리스트를 완성하죠. 돈은 에드워드에게 문제가 되지 않으니 자신이 다 내겠다며 제안을 해오지만 카터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주보는 두 사람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통해 의기투합을 하게 됩니다.
주변에 사람이라곤 비서밖에 없는 에드워드야 상관없이 떠날 수 있겠습니다만, 카터는 부인이 몹시 반대를 합니다. 왜 치료를
포기하냐며 전에 없던 부부싸움까지 하죠. 에드워드는 카터의 부인이 자신을 미워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카터는 그런 반대에
도 불구하고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들의 첫 도전은 스카이다이빙입니다. 굉장히 무서워하는 카터에 비해 에드워드는 여유가 많습니다. 그 스카이다이빙은 시작
에 불과해 곧 문신, 레이싱, 북극위를 날아가기, 프랑스에서 캐비어 먹기 등등의 다양한 것들을 경험합니다. 게다가 레이싱을
할때의 차량은 카터가 좋아한다는 셔비로군요. 레스토랑에서 만난 캐비어를 먹으며 에드워드는 자신에게 딸이 하나 있음을
이야기 해줍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카터의 상처가 터지고 이야기가 중단되죠. 카터의 상처를 본데다 카터의 부인이 에드워드에게 전화해 그를
돌려보내 달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으로 집에 가는 게 어떨까를 생각하지만, 카터는 자신과 아내의 복잡한 심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집으로 가지 않을 것을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아프리카의 정글을 누비고, 노래를 부르고, 카드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합니다. 그리고 이집트에
도착하죠. 에드워드는 이 장면을 보며 장엄한 경관처럼 느껴지지 않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카터가 답하지 않아 1번의 리스트는
지워지지 못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에드워드는 자신이 왜 딸인 에밀리와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줍니다.
부모로서 에드워드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었어요.
타지마할에서 그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합니다. 스카이다이빙은 당당히 하면서 죽음에 대해 에드워드는 조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나봅니다. 죽음 자체보다는 매장했을 때 깨어나면 어쩌지, 화장할 때 뜨거우면 어쩌지-하는 아이같은 생각이죠. 하지만 카터
는 다릅니다. 그는 자신이 죽거든 깨끗한 커피깡통에 넣어달라고 말합니다. 에드워드는 그러마고 약속을 하죠. 그러다 커피깡통
이야기에 에드워드는 왜 카터가 코피 루왁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묻습니다. 그는 정확한 대답을 피한 채 그저 맛이 너무 진해서
자신과 맞지 않다고 하죠.
드디어 장엄한 경관을 보기 위해 히말라야에 도착했습니다. 이 산을 보기 위해서 피라미드위의 장엄한 경관을 포기한 그들이
었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날씨 영향으로 갈 수 없게 됩니다. 정말 날씨 탓인지 다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마지막 여정지였던 홍콩에서 카터는 바에서 한 여인을 만납니다. 그들은 묘하게 이야기가 통하고 있었고 게다가 그 여자는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에드워드가 보낸 바람을 피울 대상이었던 거죠. 카터는 그 리스트는 거절합니다. 그리곤
집으로 갈 때가 되었다며 돌아가자고 말하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카터는 에드워드를 딸의 집에 가도록 일부러 상황을 만듭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멀리서 딸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당황스러워 그녀를 만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카터와 싸우고 헤어집니다.
카터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에드워드는 홀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자신의 일상생활을 잠시 누리지만 예전과는 다른 느낌일
겁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카터가 쓰러졌다는 연락이 옵니다. 자신이 죽으면 그에게 전해주라며 부인에게 편지 하나를 남겨놨는데
부인이 에드워드에게 연락을 한 것이지요.
뭔가 대단한 유언이라던가 혹은 딸을 꼭 만나라는 조언일까 생각했지만, 그 편지는 코피 루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왜 카터가 코피 루왁을 마시지 않는지요. 코피 루왁은 사향고양이가 커피를 먹고 위액과 섞여 본 변입니다. 그러니까 고양이의
똥인셈이로군요. 그 부분에서 신나게 웃어제끼는 카터의 웃음은 시원스럽습니다. 설마 에드워드가 그런 사실도 모르고 먹었
을까 싶습니다만, 두 사람은 눈물이 빠져라 웃어댑니다. 바로 버킷리스트에 남아있던 '눈물이 날 때까지 웃어보기'를 두 사람이
함께 성공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카터가 끝내 숨을 거두지요.
에드워드는 카터의 죽음위에 버킷리스트를 완성시키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 핑계로 딸과 화해를 하고 싶었을 것 같아
요. 그는 딸을 찾아가 화분을 선물하고 나름대로 화해를 합니다. 그리고 그 딸이 낳은 손녀도 만나게 되지요. 그는 버킷리스트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를 성공하게 됩니다. 손녀가 그 가장 아름다운 소녀가 되어줬으니까요.
이제 2개가 남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에드워드가 해냅니다. 바로 '생판 모르는 남 도와주기'입니다. 에드워드의 입장에서 카터
를 도운 것이 그렇습니다. 그의 꿈을 이루어지고 자신도 함께 동참함으로서 평생 외롭고 험하기만 했던 인생이 아름답게 마감
될 수 있어요. 그건 남을 도운 것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두 사람이 피라미드 위에서
나누었던 대화와 관련이 깊은 것 같아요. 어쨌거나 그는 카터의 장례식장에서 연설을 하면서 그 부분을 지웁니다. 두 사람이
만난지가 불과 몇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말년에 멋진 우정을 만든 것 같네요. 이 연설 이후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됩니다.
그들의 버킷리스트에는 딱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두 사람이 살아 생전에는 이룰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에드워드의 비서였던 매튜가 그 것을 이루어줍니다.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꼭대기에 오른 매튜는 그들의 유골이 담긴
커피통을 들고 웃습니다. 미리 들어가 있던 카터와 새로운 입주자 에드워드가 만났고, 버킷리스트의 마지막이자 제1번이었던
'장엄한 경관'이 지워집니다. 드디어 버킷리스트가 완성이 되고 매튜는 그것을 두 사람의 유골 사이에 놓습니다.
그들의 묘는 다름 아닌 히말라야 꼭대기에 세워집니다. 아름답고 위대한 경관을 끼고 말이지요.
문득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죽음을 목전에 둔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내가 평생 이루어야 할 리스트를 지금부터 작성해
보면 어떨까, 하구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에요. 지금 한번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고
메모지를 꺼내서 적어보면 어떨까요. 살아가며 하나하나 이룰때마다 그것을 지우면서 웃을 수 있다면 죽기 전의 내 인생은
고달프고 퍽퍽했던 인생이 아니라 조금은 즐거웠을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이 영화는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웠던 영화였습니다. 유독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정말이지 평생 꼭 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어요. 두 남자의 대화 하나하나도 가슴에 남았구요.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목표를 세워두고 그걸 이루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느 인생이라면 정말 아름다운 인생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