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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레의 잡담

갑상선암 확진, 수술, 회복기 등 후기

by Hare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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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에 혹이 있고 결절로 의심된다는 진단은 오래전에 받았다. 그때는 별 생각없이 추적검사만 계속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초음파만 지속하라고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똑같이 초음파를 했는데 세침검사를 추가하라는 권유가 있었고 건강은 있을 때 지키는 게 좋다보니 그러자고 하고 검사를 했더니, 이런, 암 소견이 나왔다. (ㅠㅠ) 사실 아빠가 암이었던 경우라 유전적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 같아 늘 생각은 하고 있는 편이었는데 막상 닥치니 어라, 싶고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침검사와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암 확진을 받았다. 다들 갑상선은 착한암이라고 말하고,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그게 내 일이 되면 세상 어디에도 착한암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다른 암에 비해 수술도 간단하고 향후 처치도 그렇지만, 그걸 겪어야 하는 본인의 몸고생 마음고생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8월 7일에 확진을 받고 8월 말에 수술하는 것으로 확정지었고 수술하고 퇴원, 그리고 지금 회복기를 가지는 중이다. 내가 겪었던 일과 경험담이 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작성하니, 참고하시고 비슷한 일을 겪으시는 분들께도 위로를 전해본다.

 

 

 

1. 수술 전

 

초음파, 세침 검사, 피 검사, CT

이런 과정들을 수술 전에 겪는다. 저 중에 세침 검사가 좀 아프다. 목에 생으로 바늘을 찔러넣고 세포를 뽑아내는 거니까 당연한 일이다. 고통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나는 좀 무딘 편이라 견딜만 했다. 아니면 시술한 선생님이 잘 한 걸 수도 있다. 다른 분들 후기를 보니까 아팠다고 하는 분들이 꽤 많았고 추측하기로는 예민함의 정도와 뽑는 선생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른 거 같다.

그 외 검사는 그냥 무난하다. CT할 때 조영제를 맞기 때문에 큰 바늘로 하는데 주사 무서워하는 분들에게는 좀 아플 수 있다. 이 검사를 통해 암을 확진하고 이후 일정을 잡는다.

 

 

2. 수술

 

일단 암인지라 여러 병원을 알아보는 분들도 있었다. 갑상선에 특화된 병원들도 몇몇 보이지만,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 지역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검사하던 병원이기도 함) 병원을 택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역이고 특화 병원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단지 나는 내 체질의 문제도 있고 지속적으로 다니던 곳이기 때문에 택한 거다.

 

수술은 3박 4일 예정이었으나 실제 4박 5일이 걸렸고, 다른 분들 후기를 보면 2-3일이 평균인 것 같다. 전날 입원, 이틀째 수술, 그 후 회복기간이 소요되었다. 갑상선 중 반을 자르는 반절제였고 직접 목을 가르는 방법과 로봇수술을 통한 흉터가 남지 않는 방법이 있는데 수술비 차이가 2배이고 로봇수술은 비급여다. 다행히 실비에서 로봇을 커버해줬기 때문에 나이도 있고 해서 로봇수술을 택했다. 로봇수술은 겨드랑이 양쪽과 유륜 양쪽을 아주 작게 찢어 거기로 수술하는 방식이다. 흉터가 남지 않는 것 외에 수술 방식은 동일하고 회복도 비슷하거나 조금 더 걸린다고 한다.

 

이제부터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하자면,수술은 4시간 걸렸고 마취를 깨기 위해 4시간 동안 잘 수 없다. 이때가 인생 최고로 졸렸을 때이고 너무 졸린 나머지 통증은 잘 기억도 안난다. 잘 거 같으면 엄마가 일어나라고 깨우고 다시 졸고의 반복. 이때는 금식해야하고 물도 금지임. 나는 혹시 모를 통증 때문에 비급여인 무통 주사를 신청했는데 음, 망했다. 오히려 무통주사의 부작용인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이 너무 심해서 1/3 정도 투여하고 중단. 나중엔 별로 안 아파서 아까운 주사만 날렸다는. 위에도 적었다시피 나는 예민하지 않고 통증도 좀 무딘편이라 견딘거고, 다른 분들 후기보면 매우 아픈 분들도 많다고 하니, 이건 개인차로 참고하시길. 마취깰 때 심호흡이 좋으니 심호흡을 많이 하시길.

 

마취가 완전히 깨고 나면 그 후부터 통증이 있다. 로봇수술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견딜만은 했다. 다만 누웠다 일어나거나 움직일 때 자잘한 통증은 당일에는 계속 좀 거슬리는 수준으로 느껴진다. 뭣보다 목부터 가슴 부근(쇄골근처)이 내 살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몹시 이상하다. 간호사가 운동하라고 목운동 그림을 주는데 힘들어도 하는 게 좋다. 이때 안하면 나중에 유착되서 더 힘들다.

 

오전 이른 수술이어서 저녁부터는 밥이 나왔다. 죽하고 반찬. 이때부터 물도 먹을 수 있지만, 기침과 가레가 나오고 삼키는게 힘들다. 반드시 입원 전에 빨대를 준비하시길. 물 등은 빨대로 마셔야 기침이 안나오고 사레가 덜 든다. 이 사레는 퇴원하고도 지속된다. 기침나오면 거의 죽을 거 같다. 간호사는 기침을 참으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ㅠㅠㅠㅠ

 

 

3. 수술 후 입원중

 

수술 다음날부터 운동하라고 해서 가볍게 복도를 왔다갔다 했다. 확실히 움직여야 덜 피곤하고 덜 아프다. 움직이는게 귀찮고 아파도 꼭 움직이시길.통증은 점차 나아져서 퇴원 즈음에는 그 부위를 쓰지 않으면 괜찮을 정도. 물론 이때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진통제를 투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내가 안 아픈 건 약 덕분이라는 소리임.

 

배액관이라는 걸 삽입해놔서 나쁜 피나 이물질이 빠지도록 하는데 이 배액관에서 얼마나 빠르게 나쁜 게 빠지느냐에 따라 퇴원여부가 결정된다. 빠른 분들은 3일만에도 나가고, 내 경우는 5일 걸린 셈. (전에 맹장 수술 했을 때도 그랬다 ㅠㅠ 남들보다 느림)

 

보통 입원 중에는 운동하는 거 외엔 할 일이 없다. 참고로 나는 먹는 건 전혀 제한이 없었고 카페인 피하는 게 좋지만 라떼를 꼭 마셔줬다. 한잔 정도는 괜찮지만, 목이 마르니 꼭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4. 퇴원 후

 

퇴원하면서 일주일 뒤 외래를 잡아준다. 집에 가서도 목운동은 필수. 상처부위가 당기고 목이 뻐근해서 아프지만 그래도 꼭 참고 해야한다. 나는 좀 게으른 편이어서 약간의 유착이 있다. 그러기 싫다면 꼭꼭 열심히 하시길.

 

일주일 뒤에 외래에서 조직검사 결과를 알려줬다. 갑상선은 여러가지 종류의 암이 있는데 나는 가장 많다는 여포성 유두암. 바로 산정특례 등록되었고 약값이 놀랍도록 싸져서 나쁜 일 와중에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초기 발견이라 그런가 방사선 치료인 동위원소 치료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 다만 교수님이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지속하라고 했다. 혹시 전이되거나 남은 반쪽으로도 퍼지면 재수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건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이니 부지런히 검사하는 수밖에.

 

갑상선은 호르몬과 연관있기 때문에 씬지로이드라는 약을 먹는다. 나는 지금 수술 후 한달을 조금 넘기고 있는데 외래때 씬지로이드를 한달만 먹어보자고 처방해주셨다. 남은 반의 갑상선이 제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지는 다음 주 외래에서 결정된다. 전체를 다 절제하는 경우, 혹은 호르몬이 적당히 나오지 않는 경우는 평생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부디 다음 외래서는 약을 끊어보자고 했으면 좋겠다.

 

 

5. 보험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아직 암이 아닌 분들이 있다면 암보험 혹은 실비에서 갑상선 암이 보장되는지 살펴보시길. 갑상선은 일반암으로 쳐주지 않으며 유사암이거나 기타암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암보험 보장에 따라 10%만 받거나 없거나 할 수 있다.

 

내 경우 실비는 병원비는 모두 보장 받았으나 암에 의한 진단은 10%만 인정되었다. (ㅠㅠ) 그나마 다행인 건 아주 어릴 때 쓸모없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는데(엄마가 속아서), 거기 있던 암특약이 활약을 해서 목돈을 받을 수 있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옛날 보험이라 보장이 저렴) 그래도 받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향후 1년이 지나면 암보험을 좀 손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6. 수술 후 한달까지 일상생활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한데. 위에 언급한대로 갑상선은 착한 암이니 뭐니 해서 이후의 이야기가 별로 없다. 나도 전에 검색하면서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되기도 했고, 여러분들도 알았으면 해서 적어본다. 

 

우선 나는 예후가 아주 좋고 수술 전과 비교해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 1-2시간 걷는 건 거뜬하고 밥도 잘 먹고 목 주변이 불편한 거 외엔 큰 문제가 없다. 딱 하나 목소리가 쉰 목소리로 변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보통 갑상선 수술 후 후유증이라고 하면,

1. 목소리 변화 혹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거

2. 목 부근 통증, 목조임

3. 사레 드는 것과 가레, 기침 등

4. 피곤함

 

이런 것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1번과 2번의 문제가 있는데 교수님 말에 따르면 목이 쉰 상태로 1-2개월 정도면 회복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카페등에서 본 후기에 따르면 두달이 보편적이지만, 많은 분들이 6개월 1년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수술 전에 반드시 목소리 부분을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게 의료진이 신경써 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목을 쓰는 일을 하는 분들은 좀 더 신경쓰는 게 좋다.

 

목조임이나 부근 통증은 목운동을 열심히 하면 완화되지만, 어느 정도는 다 나타나는 증상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심한 경우도 있고 잠을 못 주무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목을 뒤로 젖히는 게 잘 안된다. 유착 때문일 수도 있고, 상처 부위 때문일 수도 있다.

 

사레는 지속되면 좋지 않다고 하니 계속 나아지지 않으면 꼭 수술한 의사선생님과 상담하자.

 

피곤함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분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내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일을 하면 확실히 수술 전보다는 좀 더 피곤하긴 하다. 이게 극도로 심한 분들도 있는데 체질 문제이니 그저 열심히 운동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운동을 한 날과 안 한 날은 완전히 다르다. 내 경우는 1시간 정도 속도내서 걷는 걸 하고 있다. 원래 다이어트 때문에 하던 건데 이제는 건강을 위해 하는 셈.

 

 

어느 누구도 병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으나 잘 알고 있으면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혹시 궁금한 게 있다면 댓 주심 나중에라도 답변 달아드리겠습니다.)

 

 

(+) 7. 수술 후 두달 째

 

정확히 두달 되는 날 목소리가 돌아왔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사오정 목소리에서 벗어났다. 감기걸린 목소리에서 90퍼센트 정도는 내 목소리로. 다행이다. 계속 돌아오지 않을까봐 걱정하며 수없는 검색을 했는데 ㅠㅠ

혹시라도 목소리가 두달 이상 돌아오지 않으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보라고 하니 참고하시고, 간혹 성대마비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거의 자연적으로 돌아오지만 계속 돌아오지 않으면 꼭 진료받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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