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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홍콩의 기억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이후로 단점이라면 사진의 소중함이랄까, 그런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행이든 추억이든
그 순간에는 소중하게 간직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올려두기도 하는데, 정작 몇 년이 지나면 그때 사진이 어디에 갔지...하며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싸이월드는 블로그와 달리 폭파한 적이 없어서 옛날 사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무려 다섯번이나 다녀왔던 홍콩의 사진들 중 그나마 가장 마지막에 다녀왔던 2004년의 사진 몇장을 가져와봤다.
JW 메리어트 호텔의 The Lobby. 여러가지 애프터눈 티를 즐겼던 곳 중에서 볼륨이 가장 좋았던 곳이다. 창가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멋진 경관과 함께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리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 창가자리는 모두 예약이 완료되었다던
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어쨌거나 점심을 겸해 애프터눈 티도 즐기고, 친구들과 잡담도 했었다. 검색을 해보니 좀 더 다양한
호텔에서 다양한 종류를 제공하던데, 다음엔 꼭 티핀을 경험해 보고 싶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로비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마셨더랬다. 야경은 찍고 싶은데 실력은 없고 손은 미친듯한 수전증에 삼각대마저
없어서 의자의 손걸이에 디카를 올려놓고 자동으로 찍히게끔 했었다. 그러자 비교적 흔들림 없이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었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검은 바다가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말았다. 가끔 2001년에 찍었던 필름 카메라 사진을 꺼내서 보는데
거기의 야경은 좀 더 화려하다. 필카로 찍어서가 아니라 그때는 조금 더 밝았던 것 같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전기를 끄는 것이
홍콩에 적용된 탓일까.
인터컨티넨탈의 로비에서 맛보는 칵테일의 맛은? 씁쓸했다. 게다가 비쌌다. 하지만 밖으로 보이는 야경 만큼은 최고라 술값은 바로
그 야경값이거니 했었다.
홍콩에 가면 반드시 몇번이고 탔었던 스타페리. 난 개인적으로 이 녀석이 너무 좋았다. 그냥 배 안에서 계속 앉아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비가 와도 좋았고 해가 나도 좋았고.... 그냥 무지하게 여유있는 그 5분의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여행지를 가면 바쁘게
여기저기 가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이 있는데, 그 압박의 시간들 사이로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 04년에 홍콩에 가기전에 어떤 영화를 하나 봤었을 거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양조위가 나왔던 영화였고 풍수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저 컨벤션 센터가 바로 거북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아마 구룡반도쪽에 있는
박물관 하나가 그 알이라 끊임없이 거북이 구룡반도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그게 홍콩의 좋은 기운이 바다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풍수와 관련된 것이라고...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진실이든 거짓이든간에 컨벤션 센터만 보면 다리를 삐죽거리며 움직이는 거북이
같은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자딘하우스. 소설과 TV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던 노블하우스의 모델이었던 자딘 머세슨 상회의 건물이라고 한다. 지금도 그 소유
인지 알 수 없지만. 피어스 브로스넌이 굉장히 멋있고 내용이 재미있어서 소설로 구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어쨌거나-
저 동그란 창문은 홍콩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배(Ship)를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배의 창문이 동그란 거 생각이 나시
는지? 자딘의 배는 흰색이고 저런 동그란 창문이 있어서 이 건물의 디자인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04년 외의 사진들도 더러 있기는 한데, 참 재미있다.
이 사진을 올리며 결심하게 된 건, 반드시 디카로 찍은 사진이더라도 인화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사진이 없었다면 홍콩의 무엇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홍콩으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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