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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산책/홍콩

홍콩, 드래곤스 백 트레킹

by Hare 201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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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r a g o n ' s    B a c k    T r e k k i n g





 


최근 걷는 것이 유행이다. 건강을 위해서 혹은 자연을 위해서- 
여러가지 이유로 걷는 것이 권장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따르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는 걷고 있었을 것이다. 많은 트레킹 코스가 소개되고 거기에 맞는 책자들이 나와있으니까. 다만 한국의 여행자들이 걷는 것에 발맞춘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예전부터 걷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처럼 항상 여행에서 트레킹을 생각하게 된다.


홍콩에서 걷는다는 것을 예전이었다면 많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도 홍콩하면 쇼핑이나 먹거리, 화려한 야경등을 떠올린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홍콩에서 트레킹을 한다고 하면 그런 것도 있냐며 의아해하지만, 세계의 트레킹족들을 불러모으는 곳 또한 홍콩이다. 관광청 홈페이지만 해도 꽤 많은 코스를 소개하면서 난이도나 거리, 시간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 홍콩 ENJOY HiKiNG 홈페이지로 바로가기 



나는 물론 이번 여행에 동행한 Y양도 홍콩은 5번 정도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99년부터 2004년까지 정말 매해 홍콩을 갈 정도로 좋아했었던 터라, 오랜만에 가는 홍콩이라고는 해도 유명한 관광지들은 식상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도록 가보지 않았던 곳 위주로 여행을 짜야했는데, 트레킹은 분명 우리에게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되어주었다.








이번 여행의 숙소였던 노스포인트의 하버 플라자 바로 앞에는 이렇게 트램이 다녔었다. 엄청 저렴한 가격으로 중심가까지 데려다주니, 트램을 도대체 몇번을 탔는지 모를 정도로 이용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가기로 결정한 드래곤스 백 코스까지도 트램을 이용할 수 있었다. 종점인 샤우케이완(Shau Kei Wan)까지 거리가 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HK$2 라는 저렴한 요금! 환율이 올랐다고 해도 300원이 좀 넘는 가격이니 착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램의 장점이라면 이렇게 좋은 전망이 아닐까. 구룡반도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트램은 마음에 드는 교통수단이었다. 홍콩의 멋진점은 어딜 봐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있다. 노스포인트에서 샤우케이완 코스에서 좋았던 것은 반대 코스인 시내코스와 다르게 한적함과 조용함이 있다는 거였다. 높은 빌딩숲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출발전에 수많은 블로그를 보면서 가는 방법을 비교했었다. 조금씩 말이 다른 것도 그랬고, 찾기 어려웠다는 말들도 많았기 때문에 불안감이 좀 있었다. 하지만 가보니 왜 다른 블로거들이 그렇게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다! 트램에서 내리거나 혹은 MTR을 타고 내리는 분들도 있을테니, 지도를 찍어봤다. MTR 이용자들은 샤우케이완역에서 A3번 출구로, 트램 이용객은 Po Man Street 방향으로 걸어가면 버스터미널을 만날 수 있다. 











버스 터미널에서는 9번 버스를 탑승하게 되는데 이용객은 관광객 30%에 나머진 전부 현지인으로 보였다. 여기서부터 내 마음은 쿵쾅쿵쾅, 잘못찾아가면 완전 낭패일텐데-어쩌지-라는 생각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한창 바깥구경에 열중하는 도중에 목적지 안내가 나와서 총알같이 내렸다는 점이다. 우리가 내려야 했던 Cape Collinson 정거장은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 Cape Collinson 정거장에 내려서 계단을 찾은 뒤, 계단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드래곤스 백 표지가 나타나기 시작...." 이라는 프린트를 중얼중얼 읽으며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의 극기훈련같다는 생각을 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계단을 올랐다. 이 계단을 오르며 생각한 건, 내 체력이 정말 거지같다-는 거. 나름 관악산도 타고 수리산도 타고 집근처 산도 타봤는데....라는 생각도 반복되고 있었다. 












그래도 표지판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뭣과도 바꿀수가 없었다. 길을 찾아다니는 것도 자유여행의 묘미라면 묘미인데, 초행길에서 표지판을 찾아내는 기쁨은 정말 대단하다. 물론 지금까지 헉헉거리며 올라온 길은 트레킹이 아니고 준비운동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치 우리 동네 뒷산에도 있는 아줌마들 같은 무리들을 지나치자 트레킹 코스가 시작되었다. 










코스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꽤 많은 표지판과 만나게 되었다. 거리를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고, 코스를 알려주기도 하고, 또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은 표지판이다. 한참 힘들다가도 아, 이만큼이나 왔구나-라고 나 자신을 격려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힘든 것보다 트레킹 코스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이 꽤 근사한 경험이었다. 












코스의 초반은 여느 산을 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으로 이어진다. 초록에 물들어 아름다운 산속을 통과하는 것이다. 계절이 좋다면 꽃이 피거나 단풍이 드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수도 있다. 나는 딱 봄의 초입을 지나 꽃이 지고 푸르름이 찾아드는 즈음, 아직 덥지 않아서 트레킹하기에 최적의 시기였기에 행복했다. 금방 땀이나고 지쳐버리는 더위를 싫어하기 때문에 여름엔 산행도 잘 하지 않는데, 우리가 갔던 날의 날씨는 화창하지만 덥지 않았다. 










그 다음은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였다. 보자마자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는 그런 아름다움! 아, 이래서 사람들이 여기를 찾고, 칭찬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내내 편할 수는 없는 것이 또한 트레킹의 매력인 것 같다. 완만했던 곳들을 지나자 오르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두세번의 오르막을 경험하면서 나나 Y양 모두 말을 잃었다. 산을 타면 말을 잃는다고 하는데 그건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숨이 차오르기 때문에 단순히 힘들어서, 그 다음엔 침묵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침묵이 이어지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코스의 중반이 마치 내 인생같다는 것이다. 절반도 달려오지 못한 인생이었지만, 오르막의 중반처럼 나는 꽤 힘든 코스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공부도 남았고 시험도 남았고 어쩌면 통과하지 못할 수 도 있기에, 숨이 턱까지 올라오는 것 만큼 힘겨울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고생한 만큼 노력한 만큼 보답도 받는 법이다. 












한번의 커다란 오르막이 있더니 다시 평평해지는 길을 만났다. 거친 바람이 불긴 했지만, 양쪽 모두가 아름다운 바다였고, 어디에 눈을 돌려도 멋진 엽서처럼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주었다. 부유한 별장들도 있고, 골프코스도 있고, 해변도 있었고, 그리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삶의 흔적도 보였다. 











그리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정말 인생의 굴곡마냥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는 코스. 어려운 코스라고 말할 수 없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인생사 웃고 우는 것마냥 그렇게 반복되는 코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짤막한 휴식을 즐겼다. 준비해 간 간식을 먹으며, Y양도 나도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지만, 마음은 복잡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로도 오르막이 있을까?"
"초행이니까 나도 잘 모르지."
"이제 내리막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게..."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해 얼마되지 않아서 우리는 정상이라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표지에 적힌 높이는 그냥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얼마 안되는 높이였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히말라야 정복보다도 기쁜 장소였다. 바다바람이 새차게 불지만 않았어도 정상에서 좀 더 머물고 싶었지만, 바람에 포기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정말 좋은 코스였다. 언급했던 멋들어진 경관에 오르막도 없었고 말 그대로 평탄한 내리막 코스로 유유자적, 대화도 나누며 내려올 수 있었다. 우리 인생도 이처럼 평탄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위에서 잠시나마 간직했던 어두운 이야기들은 모두 털어내며 걸을 수 있었다. 힘들어 말을 잃었을때와 달리, 우린 추억도 나누고, 미래도 설계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득해서 코스를 마무리했다.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이전의 어느 여행보다도 홍콩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코스의 마지막은 다시 짧은 계단과 차도로 이어졌지만, 이 트레킹은 다음번의 다른 코스로 다시 여행을 하게끔 만들어 줄 것 같다. 비 때문에 포기해야했던 라마섬도 반드시 다시 가자고 약속했고, 란타우나 그 외의 여러 주변섬의 코스들도 정복해보고 싶어졌다. 

만약 인생에 뭔가 어려운 것이 있을때라면, 이 코스에 꼭 한번 도전해보시길. 자신을 돌아볼 충분한 시간을 갖게 해줄 것이고, 내려올때는 나만큼이나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리라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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