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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산책/일본-도쿄

하코네 여행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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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하코네(箱根), ③





   다시 고라역에 오르니 날씨가 맑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하코네는 완전히 변덕스러운 날씨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아침나절엔
   분명히 더웠는데, 오후에 아시노코에 가니 또 살짝 추워지고... 하지만 그만큼 자연이 잘 살아있어서 그렇다고 나에게 애써 최면을
   걸었다. 어쨌거나, 이제 조각의 숲으로 출발.




   역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보이는 조각의 숲 미술관 아내 표지판. 조각의 숲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하는 곳이긴 했지만, 조각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내가 과연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며 선택한 곳이기는 했다. 아마 어린왕자 박물관이 이때 공사만
   안했어도, 여길 포기하고 거길 갔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도착. 커다란 분수와 커다란 간판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적이 드물다니!! 물론 이런 야외 미술관이 복작거
   거리면 그게 더 열받겠지만, 그래도 너무 썰렁한 9시 25분의 미술관이다. 혹시 내가 첫 손님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프리패스와 함께 보여주고 할인을 받고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남들 다 찍는 에스컬레이터의 사진, 나도 찍었다! 입구를 통과하면 바로 만나는 에스컬레이터는 마치 지하로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내려가는 모양이 나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지하로 내려가니 나타난 멋진 자연경관
   의 모습 말이다.





   후지 산케이 그룹이 후원을 하는 모양? 후지티비랑 같은 계열인 모양이다. 마크가 같은 걸 보니. 어쨌거나 내가 조각과 관련된
   미술관에 왔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첫 작품이다.




   로쏘, 피카소, 무어- 아마도 기획전을 알리는 현수막인 듯 한데 어떻게 찍어도 색감이 이쁘게 나와서 꽤 여러장 사진에 담았었다.
   피카소는 특히나 제대로 모르는데... 걱정이 배가 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야외 미술관이 나를 반긴다. 우와, 이건 무슨 작품.........이라고 말할 뻔 했으나, 오브제다. 그냥 아이들이나 방문객들이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하지만 여기서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곳곳이 작품이다. 오브제라고 해도 이곳에 있으니 작품처럼
   보인다. 혹시 이걸 만든 사람도 작가가 아닐까... 뭐 어떤 생각도 좋았다.




   작품명, 한탄의 천사(嘆きの天使). 얼핏 보면 무섭고, 반지의 제왕에서 나왔던 아라곤의 조상들을 조각해놨던 그 조각상도 생각
   나고.... 신을 조각했던 조각상에서 신의 머리만 떼어 놓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눈물이 없이 생각한다면 분명 웃는 얼굴인데.
   작품의 의미를 깊게 알 순 없더라도, 그래도 뭔가 신비했다.




   작품명, 여자(女), 아사쿠라 쿄코(朝倉響子). 1970년 작이라고는 뭐 일단 쓰여져 있다. 산책로처럼 조성된 곳에 서 있는 조각이었
   는데, 괜시리 눈길을 끌었다.





   뭔가 오각형이라고 말했던 것 같지만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조형물이다. 사진에 없었다면 이걸 봤었다는 사실을 까먹었을지도...





   작품명, The Boxing Ones, 작가는 Barry Flanagan으로 영국인이라고 한다. 일본 제목은 있는 그대로 복싱하는 두마리의 토끼...
   라고 쓰고 있다. 정말 십자가 위에서 두 마리의 토끼가 복싱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이 왜인지 모르지만 정말 마음에 들어서 한참이나
   여기서 서성였던 기억이 있다. 이럴 때 누군가 조각에 대해 잘 알아서 소개해줬다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
   다. 처음 이 미술관으로 들어올 때 앨리스 생각이 났다고 했는데, 연관성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작품명, 미스 블랙 파워. 정말 말 그대로 파워가 넘쳐 보이는 아줌마...라고 생각했으나, 미스구나. 높이가 대략 5미터라고 하니
   사진으로 아무리 봐도 그 크기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저벅저벅 잔디밭 위로 가서 셀카질이라도 해볼까 1초간 생각했으나...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 포스는 무려 시장보러 가는 아줌마의 포스지만. 어쨌거나 이 미술관 안에서 꽤 유명한 조각이라고 한다.






   작품명, 밀착(密着, Close). 리얼하게 잔디밭에 밀착해있다. 일본인들은 더러 저 모양과 똑같이 옆에 엎어져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고 하던데 역시나 용기가 없어 패스. 사실 내가 엎어져 있는다고 해서 누가 내 모습을 찍어주겠나. 혼자하는 여행은 이래서 좀 슬프
   다. 하지만 조각상에는 경의를 표한다. 정말 리얼하게 사람의 곡선을 잘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 원심력이나 중력, 지상의 물체와 천체와의 교감, 우주에 노출되어 있는 공포 ] 혹은 [ 대지의 에너지를 전신을 사용해 흡수한다.]
   라는 등등, 여러가지 작품 해석이 나오고 있었다. 어려운 이 예술의 세계란!





   어쨌거나 밀착이(...)를 지나 내려오니 이렇게 족탕이 등장했다. 상시운영인지는 모르겠지만 걸어 내려오며 다소 피곤한 느낌이
   들기에 족탕을 하기로 했다. 수건은 자그마하고 조각의 숲임을 알려주고 있었으나 100엔이다. 손수건을 가진게 없어서 하나 사고
   족탕 스타트! 그러나....... 뜨겁다!!!! 발 데는 줄 알았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해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족탕을 느긋하게
   즐기는데 어쩜! 아름다운 조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조각의 숲은 예술 같은 거 몰라도 그냥 그 자연으로 다 용서가 된다.







   작품명, 행복을 부르는 교향곡 조각(Symphonic Sculpture). 밖에서는 단순히 높아보이는 건물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와-하
   는 탄성을 내지르게 만들어 준다. 이름 그대로 안에 들어가면 반짝이는 스테인드 글라스 탓에 행복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계단 오르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멋진 경관도 볼 수 있게 해준다. 교회 같기도 하고 유럽의 어느 건물 같기도 하고.... 종교적 느낌이
   있는가 하면, 또 금방 만화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도 느끼게 해준다.




   한참을 산책하듯 걷다보면 나오는 피카소 전시관. 보시다시피 앞면 공사중이시다. 덕택에 그렇게도 보기 힘들던 인파를 여기에서
   보았다. 바로 공사하는 아저씨들. 내가 혼자 터덜터덜 걸어들어오니 신기했는지 모여서 뭘 드시던 아저씨들이 쳐다봤다. 뭐야 ㅠ
   어쨌거나 조용하기 그지없는 이 피카소 전시관의 사진 촬영은 금지. 안에는 한명의 직원분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필요에 따라
   설명을 해주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일본어에 썩 자신이 없었던 나.... 그냥 먹고살며 하는 대화하고 이런 전문적인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 건 다르지. 피카소는 그래도 유명한 사람이라 작품 중에 아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았고, 이런 것도 피카소
   작품인건가... 싶은 것들도 많았다.  (조각의 숲, 피카소관에 대해서)





   작품명, 교차하는 공간구조.  여자가 72명, 남자가 72명의 총 144명이 서로 접하는 부분 없이 교차를 하고 있다고 한다.
   조각의 숲 10주년을 위해 요청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하는데, 무슨 원소가 탄소원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어려운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반복하지만 예술은 어렵다.




   작품명, 추억(追憶). 쥬리아노 반지라는 이탈리아의 조각가가 조각의 숲 미술관을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왠지 엄청 누군가를 닮은
   듯한 얼굴이라 깔깔 거리고 웃기는 했지만, 이 미술관을 위해 받은 작품이 한두가지가 아닌 걸 보면 좀 부러웠기도 하고.
   우리나라에도 미술관은 많지만, 이렇게 멋지게 꾸며진 곳은 몇이나 될까. 또 그 미술관을 위해 훌륭한 작가들이 헌정하는 작품은
   또 얼마나 있을까.






   한바퀴를 빙 둘러 거의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나오면서 느꼈던 건데 조각이나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꼬박 하루로도
   다 즐기기에 힘든 곳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야 적당히 보며 느끼며 사진을 찍겠지만, 그들과는 또 다르겠지. 정말 예술에 조예가
   깊은 친구에게 설명을 들으며 한바퀴 둘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좀 많이 절실하게 했었다.





   여행을 마치고 나오니 역시나 기념품 가게와 연결이 된다. 하지만 멋진 작품이 많은 곳이니만큼 기념품들도 꽤 정성을 들인 작품
   에, 가격도 그에 상응한다. 어차피 이런 기념품을 잘 사지는 않지만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는 것도 조각과 함께한 기분이었다.


   [ 공식 홈페이지 : http://www.hakone-oam.or.jp/index.html ]
   [ 위치 : 등산열차 조각의 숲역에서 도보 5분 거리 ]
   [ 오픈시간 : 오전 9시 ~ 오후 5시까지, 마지막 입관은 폐관 30분 전까지 ]
   [ 입장료 : 1,600엔 / 홈페이지에서 디스카운트 쿠폰을 다운 받을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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