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예상 금액 정하기의 흐름
일본 여행과 관련된 질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건 일정 좀 짜주세요, 동선 좀 정해주세요, 하는 것과 돈은 얼마나 가져가야 할까요? 라는 두 가지 질문인 것 같습니다. 결론은 둘 다 대답하기 참 애매한 것이라는 거죠.
여행이라는 것은 정말 철저하게 개인의 취향이거든요. 내가 어디를 볼 건지, 뭘 좋아하는지, 어디에 흥미가 있는지는 같이 가는 일행들끼리도 다를 정도의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애매하고 어려운 질문이 된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좀 더 자세하게 제시를 해달라는 말밖에는 못하죠.
이번 포스팅은 일본 여행을 하게 되는 경우 그 개인의 영역을 빼고도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될 겁니다. 어디까지나 흐름을 살피고 대략 이 정도의 금액이 들겠구나, 예상하게 하는 그런 거죠. 그냥 참고만 하시고 자신의 여행 일정, 타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검색을 열심히 하세요. 사실 검색만 조금 하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기도 하구요.
첫번째, 금액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권!
당연한 이야기지만 금액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항공료와 숙박 요금입니다. 언제 떠나느냐, 어디서 몇박을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금액이 될 테니까요. 그렇기에 이 부분은 자신의 '개인 취향'의 영역이랍니다. 저는 기본적인 상식만 알려드릴 거예요.
항공의 경우, 제일 저렴할 때가 언제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답은 간단합니다. '남들 여행 안갈 때.' 그럼 술술 나옵니다. 평일이죠, 평일. 그것도 방학이 없는 비수기 평일. 연휴나 명절이 끼지 않은 평일들입니다. 이때 여행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
항공편은 수요가 없을 때 싸집니다. 그럼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사람들이 노려야 할 것은? 항공사의 각종 프로모션이죠. 요새는 저가항공이 일본으로 많이 들어갑니다. 그렇기에 상당히 항공요금이 다운되었어요. 제가 처음 도쿄에 가려고 마음 먹었을 때 단체 항공권에 낑겨서 거의 40만원 돈을 줬는데요. 요새 도쿄는 날만 잘 잡으면 20만원대 초반도 가능하던데요. T_T
여튼, 프로모션이라고 하면, 얼리버드(미리 예약하는 것), 특가 이벤트(특정날짜인 경우가 많음), 빅 세일(이건 뭐 예매 전쟁과도 같은, 아이돌 콘서트 예매하는 기분이죠.) 등이 있습니다. 항공사 홈페이지에 가입해두면 친절하게 세일 며칠전에 메일을 보내줍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가격이 사악한 편이지만 얘들도 노림수를 놓고 특가 이벤트를 하기도 합니다. 요새 많이 가는 오사카나 큐슈 지방의 경우 얼리버드 평일은 왕복 13만원에 나오기도 해요. 제주도네요.
평일 안되고, 휴가 없어서 연휴때나 가야한다-고 하시면 그냥 마음 비우시고 자리 잡는데 주력하세요. 이때는 좌석이 없어서 못 팔기 때문에 항공사도 배를 두드리며 배짱을 튕깁니다. T_T
두번째, 역시나 비중이 큰 숙박료!
숙박은 형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물론 항공만큼이나 날짜에 영향을 받아요. 자신의 예산이 얼마인지를 놓고 그것을 숙박할 날짜로 나누어 1박 평균 투자금액을 정합니다. 그러면 대충 숙박 형태가 나와요. 많이 선택하는 숙소들의 형태를 살펴보면요, 게스트하우스&민박, 호텔, 레지던스&원룸, 그리고 일본의 전통 료칸 등이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여러명이 방을 같이 쓰거나, 방은 동행끼리 쓰되 공용공간을 함께 쓰거나 합니다. 그렇기에 저렴하고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단점은 시끄러울 수 있다거나, 시간에 제한이 있다거나, 공통의 룰이 있다거나 하는 등 행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겠네요. 내성적이고 조용한걸 좋아하시면 비추천이에요. 가격대는 다양한데요. 보통 도미토리라고 여럿이 같이 쓰는 룸의 경우 3,000엔부터 시작합니다. 방 타입이나 조건에 따라 가격은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겠네요. (좀 더 저렴할수도, 확 비싸질 수도 있어요.)
다음은 호텔인데요. 보통 비지니스 호텔과 4성급 이상의 특급 호텔로 나뉘게 됩니다. 비지니스 호텔은 말 그대로 일하러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것들만 갖춘 호텔을 말해요. 교통편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가격이 합리적이지만 서비스 부분이나 시설 등에 아주 커다란 투자는 하지 않죠. 방이 좁은 경우도 많아요. 시설에 너무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비지니스급에서도 좋은 호텔이 있지만 가격이 4성 이상 호텔들처럼 뛰죠. 비수기 평일 평균 1박에 7만원~9만원 대 정도로 고르시면 성공이에요. 교통이 아주 좋으면 10만원을 가볍게 넘어가기도 합니다. 특급 호텔의 경우는 당연히 비싸지만, 때때로 고급 비지니스 호텔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어요. 이건 호텔의 플랜이 한정적으로 나오는 경우라던가, 아니면 위치가 별로 좋지 못해서 가격을 후려친 경우 등이 있죠.
레지던스&원룸이라고 적어드린 것은 말하자면 집 하나를 빌리는 형태인데요.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습니다만, 밥을 해먹는다거나 빨래를 할 수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집처럼 사용하다보니 장기 투숙에 적합한 거 같아요. 혹은 일행들끼리 다 같이 묵고 싶거나 할 때 좋은 선택지가 되겠죠? 이건 가격이 워낙 널을 뛰어서 이거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특급 호텔 수준의 비용이 드는 것이 보통인 거 같아요. 대신 인원이 여럿이라면 나눠낼 수 있으니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료칸. 일본 여행에 료칸 로망을 가진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뜨끈한 노천탕, 별보며 온천, 다다미 숙박, 방에서 가이세키 등등 로망로망이죠. 근데 이 온천 료칸의 가격이 정말 만만치 않아요. 가격이 진짜 널을 뜁니다. 보통은 10,000엔에서 시작하고 평균은 16,000엔 정도인 거 같아요. (1인당) 좀 쓸만하면 2~3만엔 가구요. 비싼건 인당 5-6만엔 짜리도 많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예산과 조건에 부합하는 건 정말 열심히 검색하는 수밖에 없어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료칸은 자기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게 보통 제일 쌉니다. 그 다음이 쟈란 같은 사이트들이구요. 국내 전용 예약 사이트들도 있는데 편리하지만 조금 비싼건 고려하셔야 해요. 제 생각에 료칸을 처음 가는 분들이라면 인당 1만 6천엔 정도선에서 예약해보세요. 무난할 겁니다. 차차 좋은데로 가세요. ^^
세번째, 다니는 만큼 나오지 않는 일본의 교통비!
말이 웃긴가요? ^-^;
일본은 교통비가 진짜 비쌉니다. 지하철로 한정거장 가는데 1,600원, 두어정거장 더 갔을 뿐인데 2,100원, 버스는 그냥 탔더니 2,000원이 기본, 역시나 두어정거장 더 가니까 3,700원? 택시는 뭐 기본요금이 7,000원이 넘으니까요. 눈 한번 깜빡이면 만원을 주섬주섬 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현지인들에게야 교통비를 악착같이 직장에 받아내야 할 일이겠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조금 좋은 조건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패스의 발달이죠.
어딜가든 Pass! 수많은 종류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패스는 확실히 교통비의 부담을 줄여주지만 한국분들은 그냥 그렇구나-해서 지르는 경향이 있는데요. 패스는 절대 그냥 지르면 안됩니다. 반드시 일정을 먼저 짜고 내 동선 안의 교통비를 계산 후에 질러야 해요. 자칫 패스를 사서 손해보는 경우도 발생하거든요.
가령 간사이 지방 여행객들에게 유용한 쓰루패스라는 것이 있는데요. 외부 도시는 가지도 않을거면서 이거 끊고 오사카 시내만 다니다 오신 분을 뵈었거든요. 진짜 손해가 막심한 일이죠. 또 주유패스 끊어놓으시고 외부 도시만 실컷 돌고 오신 분들도 계시죠. 이 역시 손해 막심입니다. 그러니 패스를 활용하되, 반드시 일정을 먼저 짜고 그 후에 패스를 결정한다-! 이것을 꼭 머리속에 넣어두세요.
제 여행 경험상 도쿄 시내만 도는 경우 4일 일정에 대략 5만원 정도의 교통비가 들었구요. 간사이는 5-7만원 사이, 큐슈는 7-10만원 사이의 교통비를 지출했습니다. 일본은 멀리나가면 비싸진다, 그러나 반드시 패스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네번째, 우걱우걱, 식비는 내 배에 걸맞게!
맛나는 거 먹는 건 역시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여행에서 식비는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할까요? 이것 역시 개인의 '배'에 달린 문제겠네요.
식도락 문화가 발전한 일본은 식비도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어디든 우리나라보다 비싼 건 맞는 거 같아요. 다만 최근 우리나라의 식사 비용도 상당히 올라간 편이라 예전만큼의 갭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벅 지수는 우리가 이겼다면서요? ㅠ_ㅠ 시급은 절반인데?)
어쨌거나-! 가이드 라인을 정해드립니다.
조식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아침은 카페나 빵집, 24시간 체인점, 편의점, 일찍 여는 식당 등등에서 해결하게 되는데요. 카페나 빵집 같은 조금 우아한 필이 나면 700엔-1,000엔을 잡으시면 좋아요. 24시간 체인점, 예를 들면 요시노야나 마츠야 같은 곳들은 좀 저렴하죠. 400엔~700엔 잡으시면 든든히 먹어요. 가스토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들도 있는데요. 여긴 고르기 나름이지만 1,000엔 전후는 보셔야겠네요. 편의점 도시락도 좋은 선택인데요. 평균 500엔~600엔 사이면 됩니다만, 좋은 거 드시면 더 비싸겠죠? 아침 적게 드시는 분들은 주먹밥도 좋겠네요.(보통 100~150엔) 일찍 여는 식당들은 보통 아침 가정식이나 이런거 하는데요. 평균 700엔 전후면 되더군요.
점심은 이제 가격이 올라갑니다. 모든 가게들이 열었겠죠. ^^; 마찬가지로 드시기 나름입니다만 제 생각으론 1,500엔 잡으시면 어지간한건 다 드실 수 있어요. 물론 고베규 이런거 드시겠다고 하면 만엔도 모자라지만, 평균적으로 저 정도면 어지간한 맛집 다 커버합니다. 점심을 스시로 먹겠다- 하시는 분들은 조금 더 잡아야겠죠. 100엔 스시 이런데는 상관없지만 자리잡고 앉아서 앞에서 쥐어주는 스시집에서 먹으려면 2,000엔 이상 보셔야해요.
저녁은 더 올라갑니다. 물론, 점심이나 저녁도 700엔대, 1,000엔대 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맛집 찾아다니는 경향이 강해서 은근 비싼걸 먹게 되더군요. 말씀드린대로 개인의 배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 라인만 잡는 겁니다. 저녁은 1,500엔~2,500엔 사이로 잡으면 무난합니다. 사실 저는 2,000엔 넘는 식사는 잘 안해요. 저는 점심은 거의 1,000~1,500엔 사이, 저녁은 1,000~1,700엔 사이로 잡고 가서 그대로 실행하죠. 다만 가끔 그 지역의 특성을 경험해야 하는 경우에는 조금 과다 출혈하기도 합니다. (교토의 교요리 등, 얘는 뭐 부르는 가격이 허걱, 스럽죠.)
마지막, 잡비 & 쇼핑 비용은 말 그대로 개인의 취향!
잡비에는 여러분이 관광해야 할 곳의 입장료도 포함하고 있어요. 이건 일정을 정하면 뚜렷하게 나오는 금액이니까 미리 준비를 하시구요. 또 길거리 다니다보면 목도 마르고 입도 심심하죠? 간식이나 음료사는 비용을 고려하세요. 길거리 자판기 음료수는 거의 100엔~160엔 사이면 커버할 수 있어요. 편의점도 비슷하죠. 하지만 스타벅스라던가 카페 같은데 들어가면 저렴하지 않습니다. 뭐, 그건 우리나라도 그렇죠? 하지만 다니다보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에 하루에 카페 한번 정도 간다고 생각하고 예산을 잡으면 조금 편하긴 합니다. 디저트 천국이라 먹다보면 밥값보다 지출이 심하기도 하니 주의하시구요.
쇼핑은 말 그대로에요. 사자면 끝도 없는게 쇼핑이잖아요? 이건 자신이 뭘 살지 미리 잘 정해서 금액을 배분해두세요. 사실 여행 총경비보다 쇼핑비용을 더 쓰신 분들도 많이 봤어요. 계획 경제 합시다! ^-^
대충 비용의 흐름을 적어봤어요. 도움이 되었을려나 모르겠습니다. 뭐든 준비를 잘 하고 가면 성공한다고 하죠. 여행이 가장 그렇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많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현지에서 편해요. 그러니 출발 전 남의 후기를 많이 많이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