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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산책/일본-기타

후쿠오카 - 야나가와(柳川)의 가와쿠다리(川下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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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베네치아에서 즐기는 뱃놀이

in Yanagawa, Hukuoka






   후쿠오카의 야나가와는 수로처럼 마을에 긴 강이 휘감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베네치아라고 불리고 있다고 한다. 검색도중에 알게 
   된 야나가와의 이 뱃놀이(가와쿠다리, 川下り)는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추운 겨울이라는 것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일단 큐슈의
   겨울 온도와 배에 코타츠가 설치되었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의논해 만장일치로 결정, 한겨울의 가와쿠다리를 경험하게 되었다.





   야나가와(柳川)는 장어로 유명한 곳이라 장어덮밥도 맛볼 겸 이른 시각에 배를 타기로 했다. 이 곳은 가와구다리를 관리하는 
   사무실 같은 곳인데 우선 이 안에서 접수를 했다. 본래 가와쿠다리는 한 배의 정원이 24명으로 일본어 이외의 언어를 전혀 
   지원하고 있지 않았다. 나 외에는 일본어가 가능한 친구가 없어서 우리는 의논끝에 전세배를 빌리기로 했다. 정가는 1인당
   1,500엔인데 대절을 할 경우 만엔이니까 1인당 천엔 정도의 차이다. 인원이 많다면 해볼만한 가격의 차이다.






   덕택에 기다림 없이 바로 배로 탑승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탈 배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 앞서 한팀이 출발을 하고 있었다. 일본인 여행
   객들로 뭔가 기대감에 가득찬 얼굴들이었다. 저 배의 팀은 계속해서 우리 앞에 이동했는데 내내 즐거운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던 것
   같다. 





   우리를 안내해 준 할아버지! 성함을 알려주셨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야나가와의 가와쿠다리를 하는 사공들은 거의 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았다. 역사적인 이야기를 알려주는 것이야 외우면 된다지만, 그 마을의 정서나 즐거운 이야기는 역시
   이런 할아버지들이 제격인 것 같다. 이 분은 무척이나 자신의 마을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갖고 있었다.





   좋은 날씨와 더불어 배는 느긋하게 강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초반의 풍경은 시내의 모습이라 별 것이 없었고 할아버지와의 대화로
   서로에 대해 알아나갔다. 워킹 비자에서 떨어지고 떠난 여행이라 아직 일본어가 서투를 때라 반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 같
   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쉽게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했고, 그걸 다시 친구들에게 통역해주었다.





   드디어 뭔가 모를 정취가 느껴지는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친구들의 손이 빨라졌다. 이미 차가웠던 몸은 코타츠에서 따듯하게
   데워졌고 신이 잔뜩 나 있었다. 






   이 뱃놀이의 중간에 두어번 매점 같은 곳에 들르는데 다소 추위를 느끼는 친구가 커피를 주문했다. 키 커피는 가끔씩 등장하는데
   맛은 어중간 했던 것 같다. 일단 그냥 따듯하니까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식사가 바로 예정되어 있던 터라 매점에서 다른건
   구매하지 않았다.





   왜 일본의 베네치아인지 알 수 있는 집의 구조들이 가깝게 보였다. 배는 꽤 좁은 수로를 유연하게 지나갔다. 어째서 저기에 계단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개인배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이 뱃놀이는 단순히 앉아서 즐기지만은 않는다. 이렇게 낮은 다리를 지나갈때 사공 할아버지의 진정한 실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앞 배가 큰 웃음을 터트리며 다리를 지나자 우리 할아버지도 곧 저렇게 할거니 준비하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안에서는 배에 탄
   손님들도 배를 도와주어야 하는데, 바로 다리 밑을 지날 때 다리위에 맨 줄을 힘껏 당겨 배가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일행 중 한명이 엄청 힘을 발휘해 주었다. ^-^






   여기를 지날 때에는 할아버지가 단체 사진을 찍어 주셨다. 딱 사진 스팟이다. 가와쿠다리 승선기념, 그리고 오늘의 날짜가 쓰여
   있다. 헤이세이 20년이니 2008년 2월 7일이다. 친구들에게 그걸 또 설명해주고 우리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할아버지가 우리
   카메라를 잘 다루지 못하셔서(디쎄랄 ㅋㅋ), 그걸 또 가르쳐드리며 생쇼를 했던 기억. 배 뒤집어지는거 아니냐며 뱃머리를 꼭
   잡고 있었던 나. ^-^;







   뱃놀이 코스는 여러 역사적인 장소들과 유명인들의 별장을 코스에 넣고 있었다. 특히 여기는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해서 문학비나 그들의 생가도 이 코스에 들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것들을 소개하는 뱃놀이지만,
   이렇게 활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그들의 생각에 감탄했다. 우리야말로 사실 보여줄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지만 개발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생각의 전환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멍멍이가 배 지나가는 걸 보며 졸고 있었다. ^-^)





   도중에 한 유치원의 아이들이 소풍을 나온 듯 소란스러웠다. 사공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불러서는 우리가 한국에서 온 팀이라고 
   크게 소개를 해줘서 손을 막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정말 반갑게 하지메마시떼~라던가 오하요 고자이마스~를 외치고
   있었다. 









   중간쯤 왔을 때 저 멀리서 사공의 노래소리가 들렸고, 그 노래소리가 마지막으로 향할 무렵에 우리쪽 사공 할아버지가 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야나가와는 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라는 유명한 문인이 있는데 그 사람이 만든 마치보우케(待ちぼうけ)라는
   창가의 비문이 세워져 있었다. 아마도 이 부분쯤에서는 사공들이 노래를 하는 모양으로 우리 할아버지도 한 곡조 뽑을까-라며 노래
   를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보우케는 중국의 유명한 설화로부터 내용을 따 만들었다고 한다. 제목이 마치보우케, 즉 기다림에 지쳐,
   라는 해석으로, 농부가 우연히 나무 밑둥에 부딪쳐 죽은 토끼를 가져와 요리를 해 먹으니 편해서 매일 매일 그 밑둥에서 토끼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벼농사를 망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야나가와의 아름다운 모습을 구경하면서 할아버지와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나중에 가을에 또 놀러오라
   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리고 뭐 궁금한거나 도움줄만한게 없느냐는 질문에 궁금한 것도 물어보았다. 우리는 뱃놀이가 끝나면 
   오하나와 쇼토엔을 갈 예정이라고 했고,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자신이 가까운 길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배에서 내리자 할아버지는 다음달에 있을 여자아이들을 위한 축제 히나마쯔리를 위해 준비해 둔 곳을 보여주겠다며 한 건물로
   안내해 주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일본 인형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냥 바로 오하나로 가는 길을 알려주셔도 되는데 사진이
   라도 하나 남기라고 하는 친절함에 또 감동. 사진을 찍자 화장실과 뒷길로 나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주시고, 곧 헤어짐의 
   인사를 나눴다.



   [ 공식 홈페이지 : http://www.kawakudari.com/ ]
   [ 인터넷을 통한 예약이 불가능하나, 이메일을 통한 예약은 가능하다. ]
   [ 연중무휴, 비오는 경우 우비 제공 ]
   [ 위치 : 야나가와역에서 도보 3분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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