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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산책/호주-뉴질랜드

호주 / 뉴질랜드 출장기 ①

by Hare 201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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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호주 / 뉴질랜드 출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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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출장을 싫어했던 나는 호주 뉴질랜드의 열흘 일정을 투어리더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뉴질랜드 남섬까지 포함된 일정이라는 것. 남섬은 아무래도 쉽게 갈 수 없는 일정이다보니 꼭 네가 가라는 팀장님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팀의 인원은 13명, 나는 손님과 한 방을 사용하는 일정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밤에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일찍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좁은 좌석에서의 약 10시간에 가까운 비행은 피곤 그 자체였고, 손님들도 대다수 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 엄청나게 피곤해했다. 하지만 어쩌랴, 그들이 선택한 일정이니 우리는 블루 마운틴으로 출발했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은 호주로 특히나 블루 마운틴은 산의 대다수를 그 나무가 차지하고 있었다. 유칼립투스는 휘발성 알콜을 나뭇잎에 함유하고 있어서 뜨거운 공기와 만나면 날아가게 되는데 이 때 푸른 빛을 내기 때문에 산이 블루마운틴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갔던 날은 그나마 날씨가 매우 쾌청해(2월) 유독 푸른 빛이 더 선명했었다.



블루 마운틴에는 세 자매봉이 있는데 바로 옆의 사진이다. 이 세 자매봉에는 전설이 어려 있다. 옛날 아름다운 세 자매가 마법사인 아버지와 함께 이 산에 살았는데 아래쪽 협곡에는 무서운 마왕이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세번째 딸이 실수로 협곡에 돌을 떨어트려 마왕이 잠에 깨어났는데, 화가 난 마왕은 세 자매를 잡으려고 했단다. 세 자매는 열심히 도망쳤지만 절벽에 다다르고 말았고 결국 마법사인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버지는 급한 나머지 세 자매를 돌로 만들었지만 순간 덮쳐온 마왕이 화가 나 아버지를 새로 만들어 버렸다고.... 마법사는 새로 변하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떨어뜨려 세 자매나 아버지나 모두 그 모습으로 영원히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새가 오세아니아 지방에만 서식하는 새인데 아직도 지팡이를 찾아 블루마운틴의 곳곳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



캥거루-라는 말은 호주의 원주민 '애버리진'의 말이라고 한다. 처음 영국인들이 호주에 상륙해 이 동물을 보고 '이름이 뭐냐'라고 묻자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고.

애버리진의 언어로 '잘 모르겠다'가 '캥거루'인 셈이다.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으나, 그 후부터는 모두 그냥 캥거루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시드니 야생 동물원에 사는 녀석들은 사람 손을 워낙 많이 타서 그런지 만져도 가만히 있는다. 목 주변의 털도 보드랍고 무지 귀엽기는 하지만 왠지 모를 야생동물에 대한 안타까움도 일었다.



호주-하면 생각나는 코알라 역시 볼 수 있었다. 유칼립투스 나무만이 유일한 녀석의 먹이라고 하는데, 그 유칼립투스 나뭇잎이 독성과 마약성분, 알콜 성분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녀석들은 하루 18시간 이상을 잠으로 보낸다고 한다.

눈을 뜨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로컬 가이드가 코알라 천적의 소리를 내봤지만, 역시나 동물원에서 익숙해진 탓일까 잠시 벌건 눈을 떴다가 금방 감는다.

산불이 나면 녀석들은 바닥으로 내려와 도망가지 않고 계속 위로만 올라간다고 한다. 한참 올라가다 더 올라갈 곳이 없으면 몸을 웅크린 채 결국 타죽고 만다고 한다. 뭐 이런저런 이유로 호주에서 코알라는 보호 동물이고 잘못하면 멸종할 수 도 있다고 한다. 전에는 코알라를 안고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한 시절도 있었는데 최근엔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손을 많이 타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대로 죽어버리는 일도 꽤 많은 모양이다. 귀여운 코알라(..성격은 결코 귀엽지 않다지만;;)를 잘 보호했으면 좋겠다. 내 후대의 아이들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다음날은 포트스테판으로 이동했었다. 사진은 넬슨베이(Nelson Bay)로 돌핀 크루즈를 탑승할 입구가 된다.

호주의 부의 상징 중 하나인 요트 정박소가 있는 장소이기도 한데, 호화판 요트부터 작은 규모의 요트까지 정말 다양하게 정박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구름이 많이 껴 걱정했지만, 우리가 요트에 오르자 남태평양의 바다는 환하게 미소지어주었다. 다만 너무 뜨거운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손님 중 하나가 '우린 날씨운은 타고 났어요.'라고 말했었는데 그 분의 운 탓인지 우리는 내내 날씨가 환상이었다. 농담처럼 고맙습니다-하고 매번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포트스테판은 돌핀 크루즈를 하기도 하고 조개잡이를 하기도 하고 사륜 구동을 타고 샌드보드를 타러 가기도 하는 등 보는 것 보다는 체험하는 것이 더 많은 관광지였다.

사람들이 아주 바글바글하지 않아서 한산한 느낌이 꽤 마음에 드는 곳이기도 했다. 붉어 보이는 해변은 저것보다야 노란색에 가깝기는 했지만 확실히 다른 곳과는 틀려 보였다. 이 곳은 사막과 바다가 함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바다쪽으로 시선을 두면 해수욕장, 반대로 시선을 두면 사막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여기서 손님들은 조개잡이 체험을 했는데, 역시나 젊은 층들은 신나게 즐기는 느낌이었다. 딱 한팀 있었던 중년의 부부는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어서 우리 팀은 내가 갔던 출장팀들 중에 가장 훌륭했던 것 같다.


이름 그대로 샌드보드(Sand Board).

모래 썰매다. 위에 언급한대로 사막 지형이 유명한 곳인데 모래가 거의 산처럼 쌓여있다. 푹푹 빠지는 재질보다는 좀 더 수분기가 많아서 모래썰매를 즐기기에 매우 좋다.


4륜 구동차를 타고 이 모래산을 찾아가 야호~나 으아악~소리를 내며 샌드보드를 즐긴다. 다만 내려갈 땐 즐거우나 올라올 때는 저렇게 보드를 들고 걸어 올라온다. ^-^

손님들이 헉헉거리며 올라와 하는 말이 '다시 타고 싶은데 올라오는 게 무섭네요.'라고..;; 그래서 난 아예 안탔다. 정말이지 오르막길은 싫다.



호주 시드니 수족관은 세계 3위라고 한다. 과연 지금도 3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말 넓은데다 마치 바다속에 있는 듯 잘 꾸며진 수족관이었다. 여기는 직접 바닷물을 끌어다 수족관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란다.

개중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 상어관인데 유독 상어가 많아서 별도로 이렇게 전시실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머리위로 다양한 종류의 상어들이 휘휘 지나가는데 어두운데다 정말 리얼한 느낌이 나서 (뭐 진짜 상어라고는 하지만;;;) 섬뜩했다.

또한 당시 꽤 히트친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테마관이 있었는데 니모와 니모의 친구들이 된 실제 모델의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니모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내 생각보다 니모가 훨씬 작았기 때문이었다.

니모 인형을 하나 사서 조카에게 선물할까 고민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포기했다. 어째서 그렇게 비싸게 파는 걸까. 호주가 인형이 비싼건가?


"영호야, 달링하버 가자."

우리 가이드는 꽤 유쾌한 사람이고 이런저런 멘트를 많이 해주었다. 당시 방영했던 드라마 '요조숙녀'에서 김희선이 한 멘트인데, 가이드는 그 멘트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항구라고 하는데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답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진은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계단에서 찍은 달링하버의 모습으로 거대한 크루즈가 막 떠나는 중이었다. 함께 방을 썼던 손님에게 크루즈를 보며 나이가 들면 저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분이 가격을 물어봤었는데 세계일주 코스로 4,000만원짜리가 있다고 했더니 둘이 함께 웃으며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답을 했었다.



오페라 하우스는 가능한 멀리에서 보자. 최대한 멀리.

가까이에서 본 이 건물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 마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순 없었다. 흰색도 아니고 매끌매끌한 표면을 가지지도 못했다. 달걀 껍대기 같은? 만져보면 도돌도돌할 거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공연들이 오르고 내리는 명실상부 훌륭한 공연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출장이 아니라 단순한 개인적 여행이었다면 저녁에는 이곳에서 공연을 하나 봐도 좋을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는데, 여유있는 그 사람들의 표정이 부러웠다.

 



여행에 있어 우리는 어떨까?

패키지라는 것은 특히나 짧은 기간안에 유명한 곳들을 찍고 돌아오는 코스라 늘 숨가쁘고 바쁘다. 확실히 그런 문화는 조금 아쉽다. 뭐든 빠르고 새로운 것을 찾는 우리의 성격이 그런 여행문화를 만들어 낸 것일까?


덕택에 싸고 모든게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조건은 더 좋아야만 하는 우리의 여행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단 한 곳을 보더라도 여유있게 느끼면서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님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사이 나는 오페라 하우스의 바닥 타일을 찍으며 저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문득 최근에는 여행일정을 짜주는 일을 업으로 삼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과연 내가 저런 생각을 담아 만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해줄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반드시 해외에 나가면 부러워지는 것이 있다. 바로 이런 거대한 공원이다. 호주 역시 곳곳에 녹지가 많다.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탓인지, 아님 나라가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공원은 광활하고 아름답고 공기도 좋다.

우리는 무조건 하나라도 더 부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올리는 모습인데 여긴 고층빌딩과 함께 녹지도 어우러져 있다. 땅덩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호주정도의 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모두 고층빌딩으로 채워질 것이 분명하다.





다음 스팟으로 이동하며 찍은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다. 시드니의 상징이기도 한 두가지가 겹쳐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특히나 하버브릿지는 돈을 조금 내면 저 다리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다소 비싸다고는 해도 해볼 수 없는 경험의 가치치고는 저렴한 게 아닐까 싶었다. 가이드가 일정 중 시간만 가능하다면 가도 좋겠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아마 우리 손님들중에도 시간이 가능했다면 해보고 싶어했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살짝 높은 온도의 호주는 빠른 일정을 더 아쉽게 만들고 있었다.



고고씽 본다이 비치로!

본다이 비치가 있는 지역은 부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톰 크루즈의 280억이 넘는 집이 있는 곳이라고도 하는데, 니콜하고 헤어졌으니 그 집은 어떻게 되었으려나.

이 비치가 유명하게 된 계기는 아름다움에서도 있겠으나 바로 토플리스가 가능한 비치라는 것이다. 여자들도 남자와 동등하게 수영복을 하나만 입을 수 있게 해달라는 여성단체의 항의로 토플리스 비치가 되었는데, 때문에 가끔씩 토플리스의 여성들을 찾아볼 수 있다.

비치가 참 곱게 조성되어 있는데 호주의 비치는 모래를 밖으로 밀어내는 파도기 때문에 모래가 풍부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모래를 하와이나 다른 해외로 수출하기도 한단다. 전에 홍콩에 갔을 때 리펄스 베이의 모래가 호주산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었다. 왠지 웃음이 났다.

이 비치에서 시드니 올림픽 비치 발리볼 대회도 열렀는데, 우리라면 돈을 주고라도 그런 대회를 유치하려고 노력할텐데 당시 이 주에서는 반대가 매우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 주에 엄청난 돈을 주고 대회를 열었다는 이야기. 게다가 대회가 끝나는 즉시 모든 대회와 관련된 장소를 철거하라는 조건을 붙일만큼, 이 동네는 모습 유지에 열심이었다. 역시나 부러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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