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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하코네(箱根), ⑤
오와쿠다니를 나와서 도겐다이로 가는 로프웨이에 탑승했습니다. 케이블카지요. 날씨는 급격히 나빠지고 바람 불고 을씨년스럽습니다. 비올까봐 걱정했는데 비는 다행히 안왔구요, 로프웨이 타고 유람선타고 하는 도중에만 날씨가 이랬습니다. 금방 또 개더군요. 6월이었는데도 불구 날이 흐리니 급격히 추웠습니다. 긴팔을 입었는데도 추웠다죠.
케이블카에는 저와 일본인 모녀(?)로 추정되는 두분, 이렇게 셋만 탔습니다. 딱 앞에거 탔으면 완전 백인들 사이에 낄뻔했는데 맘편하고 좋지요. 약간 취기가 있으신 듯한 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저기 태우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두분이 소근소근 여행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엿듣기도 하다가 말을 거셔서 잠시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바로 하코네 신사로 가려던 계획이었는데 그분들 덕택에 하코네 세키쇼에 들르기로 결정했다죠.
드디어 도겐다이역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케이블카 타는 거 워낙 좋아해서 좀 아쉬웠네요. 게다가 이 카메라를 사서 바로 여행을 떠났던 터라 사용법도 몰라 어두 침침한 사진 보며 잠시 우울해하기도 하구요. ㅎㅎㅎ
내리자마자 두대의 배가 보입니다. 저는 윗 사진쪽 배를 탔는데요, 바로 옆에 있는 배를 보고 엄청 폭소했습니다. 첨에 휙하고 볼때 빅토리아호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타고 자세히 보니 빅토리-였어요. ㅋㅋㅋ 괜시리 웃음이 나서 혼자 피식거렸습니다. 누가보면 미쳤다고 했을지도;;;; 어쨌든 저는 제가 탄 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해적선 테마라 그런지 이런 장식물도 있고 배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추웠지만 풍경을 즐기고 싶어 내내 갑판에 있었습니다. 다행히 감기는 안걸렸습니다만- 한국인 관광객들이 꽤 있어서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들립니다. 모녀 한팀은 한국에서 왔는지 다정하게 사진도 찍고 하더라구요. 부모님이 생각나는 한때였습니다.
해가 있었다면 더 멋있을 것 같습니다만, 없으면 없는대로 또 매력이 있지요. 호젓하게 유람선이 흐르는데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데이트를 해도 좋을 거 같고, 부모님과 함께라도, 친구들과 함께라도 또 나름의 재미가 있을 거 같아요. 정작 전 혼자갔지만, 사색에 빠지기 좋았습니다. 날씨 탓일까요,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코네마치코에 도착했습니다. 서는 곳이 2곳인가 그래요. 어쨌거나 사진 범위에 승무원이 들어오는군요, 죄송. ㅎㅎ 뭔가 여행이 끝나간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코네 마라톤을 기념하는 동상인 것 같네요. 꽤 유명한 마라톤 대회가 역전 마라톤 대회라는 것인데 도쿄에서부터 하코네를 왕복한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그런 걸 만들자- 뭐 그런 이야기도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체모를 찻집- 사진을 찍은 이유는 저 커피잔이 재미있기도 했거니와 모든 하코네 여행자의 사진에 반드시 들어있는 코스라서였어요. 재미있긴 했네요. 시간이 있었다면 따끈한 커피를 한잔 하고 싶더라구요. 아쉽게도 저는 바빴습니다. 도보 여행자의 슬픔이죠.
이제 모토하코네로 들어섭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에 묵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다음엔 꼭 여기서 한번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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