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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신을 모시는 곳, 다자이후 텐만구(大宰府 天満宮)
학문의 신을 모시는 곳, 다자이후 텐만구(大宰府 天満宮)
in Dazaifu, Hukuoka
야나가와에서 관광을 마치고 맛난 점심까지 먹은 직후 친구들과 함께 다음 목적지인 다자이후로 가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다. 날씨는 쾌청했고 그렇게까지 춥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철도는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석이 많지만 어쩐지 조금 낡고 오래된 느낌도 있다.
이제나 저제나 우리가 탈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를 야나가와까지 데려다 주었던 오무타행 전철이 들어왔다. 뭐랄까 이쪽 동네는 모두 비둘기호를 연상시키는 열차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정겨웠다랄까. 나는 비둘기호를 이용했던 층은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에 살았던 동네에 그 열차들이 지나갔었기 때문에 약간의 향수 같은 걸 가지고 있다.
드디어 우리가 탈 후쿠오카행 열차가 들어왔다. 내부는 조용했고 너무 조용해서 떠들기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 여행자들에게 동료가 있다면 수다는 기본인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적당히 졸아가며 후츠카이치에서 환승을 했다. 다자이후까지는 은근 먼 거리라 꽤 졸았던 모양인지 친구가 준 사진파일에는 우리들이 신나게 졸고 있는 사진도 많았다. 이 친구의 도촬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어쨌거나 우리는 다자이후에 도착했다! 여전히 날씨가 좋고 하늘은 파랗고- 빨간 도리이가 아닌 회색의 도리이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다자이후까지 가는 길은 멀지는 않지만 양쪽으로 가득 상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딱 요런 분위기만 보면 참지 못하는 나는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꼭 사먹야 하는 애들 리스트로 챙겨가며 다자이후 텐만구를 향해 걸었다.
곳곳에 길다란 줄들이 이어졌다. 줄서기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은 인내심이 강한 편인걸까. 한국 사람들 사이에 조금은 흔하게 있는 새치기도 별로 없다. (아예 없을리는 없지 ㅋㅋ) 어쨌거나 조금 인기점이라는 것은 줄로 알 수 있다. 비슷한 상점들이 많이 있는 와중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집들은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우리도 그런 곳들에 조금씩 끼어가며 간식도 사먹고 구경도 했다.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기념품이 있는가 하면 별로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녀석이 몇만엔씩 하는 경우도 있었다.
텐만구의 입구에 가까워지자 자그마한 분수도 보였다. 일본 특색의 신사와 건물의 형태를 고대로 옮겨놓은 듯한 딱 일본식의 전통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본래 다자이후는 관청의 이름에서 온 것이라고 하는데, 외교를 위한 영빈관의 역할도 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학문의 신을 모시는 곳이다보니 입시철이 되면 굉장히 붐비는 신사가 되었다나. 굳이 학문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워킹에 자주 미끌어져 의기소침한 나도 여기 기운이나 한번 받아보자-라는 기분으로 내부로 향했다.
은근히 넓은 내부에 곳곳에 포진한 사람들로 가득한 텐만구다. 나들이처럼 여행온 사람들도 있었고, 멀리서부터 온 일본인 단체도 많았다. 한국 사람들도 드문드문 발견할 수 있었고,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떠들며 돌아다녔다.
머리에 향 연기도 열심히 바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하다가 오미쿠지를 발견! 아사쿠사에서 흉을 뽑았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의외로 좀 떨렸지만, 그래도 100엔 넣고 뽑았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으니 당연히 옆에 한국어로도 쓰여있다. 하지만 오미쿠지의 내용은 전면 일본어다. ^-^;
친구들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나는 대길을 뽑았다. 그냥 일단 '대길'이라는 것으로 좋았다. 내용은 좀 더 자세히 이것저것을 담고 있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기억한다면 나는 대박? 어쨌거나 이걸 뽑고 나는 워킹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아흑 ㅠ_ㅠ
친구들 중에 좋지 않은 것이 더러 있어서 저기에 꽉 매두었다. 나쁜 걸 저기서 잘 잡아줬을거라고 믿는다.
긍정의 힘이라고 하던가- 좋지 않은 것이 나오더라도 저기에 매버리면 그것이 사라진다고 믿으면 되는거고, 좋은게 나오면 더 꽉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다자이후의 효력은 다시 가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불국사의 효력은 믿고 있다. 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불국사에 다녀오면 해결되곤 해서 나는 불국사를 참 좋아한다. ^-^;
다자이후 텐만구는 사실 그 앞쪽의 상가거리를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잘만 잡아타면 지하철도 복잡하지 않고 환승없이 올 수 있는 녀석도 있으니까. 시내에 있는 것 보다 이런 녀석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더 즐거운 탓에 후쿠오카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게 되버렸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뭔가 간절히 빌어야 할 것이 있다면 여행을 간 김에 기원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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